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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교육ㆍ자립은 사회안전망

입력
2015.01.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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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 서비스

다문화 자녀 돕는 도서관도 개설

이주여성 위한 다문화 식당 열어

경제적 자립ㆍ자아 실현 등 효과

대전시내 5개구 분점 개설 추진

김봉구(왼쪽)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장이 6일 다문화레스토랑인 '아임아시아'에서 함께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마주 앉았다.
김봉구(왼쪽)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장이 6일 다문화레스토랑인 '아임아시아'에서 함께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마주 앉았다.

대전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 인근에 자리한 다문화레스토랑 ‘아임아시아(imAsia)’.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 만든 아시아요리 식당이면서 우리 국민에게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는 ‘전진기지’다.

레스토랑 개업을 주도한 이는 김봉구(46)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장. 올해로 13년째 대전 이주외국인들의 도우미로 살고 있다.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은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교육과 아동교육, 법률상담, 직업교육, 무료진료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이들 일 모두 정부 지원이 아닌 그의 힘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그는 “국내 외국인수가 170여만명으로 대전의 인구를 훨씬 웃도는데다 매년 10%정도씩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공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주 외국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부터.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소외 이웃을 위해 살기로 다짐한 뒤 대전역에서 노숙자 대상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노숙자가 많았는데 그래도 이들에게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며 “더 어려운 이웃을 찾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단 밀집지역인 대화동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직면하는 노동조건이나 임금체불 문제 등을 상담해주고,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도 가르쳤다. 그러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의료문제임을 깨달았다. 그는 “노동자들이 평일에는 병원에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병원이 문을 닫고 비용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래서 2005년부터 중구 은행동에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주로 힘든 노동일을 하고 작업환경도 열악해 근골격계 질환과 호흡기질환 등이 많았는데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태였다”며 “처음에는 봉사자 4,5명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의사와 약사 등 봉사자가 400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문화가정과 유학생으로까지 진료대상을 확대, 연간 2,5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것도 김 관장의 주요 관심사다. 이주여성에게는 경제적인 자립과 함께 자녀 교육문제가 당면과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다문화 도서관이다. 그는 “이주여성은 한국어 구사능력이 낮아 자녀의 언어발달이 늦어지고, 이는 학업부진과 ‘왕따’등 학교부적응으로 연결된다”며 “다문화 자녀들이 엄마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적응력을 키우도록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문화 도서관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8개 국어로 된 동화책 5,000여권을 갖추고 엄마의 모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이 우리사회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이중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요즘 같은 국제화시대에 이중언어 구사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교육을 위해 그는 다문화 공립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정책적 대안도 제시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초등학교보다 중ㆍ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수준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에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영원한 열등생’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가 거론되는 도심 초등학교를 활용해 공립다문화학교를 만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학업부진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북돋는 일도 그에겐 현안이다. 그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한국어 교육과 요리 등 초기 정착에 필요한 사항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혼이주 여성은 대개 가정 사정이 넉넉치 못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문화레스토랑도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비롯됐다. 성과는 당장 나타났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7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은 물론 자아실현 측면에서 특히 만족하고 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베트남 출신 여성은 레스토랑에서 번 돈으로 고향의 가족에게 집을 지워줬고, 캄보디아 출신 여성은 고향의 동생에게 휴대폰 가게를 차려주기도 했다. 중국에서 온 여성은 고향에 있는 딸에게 학비를 보내주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 라이(30)씨는 “일을 통해 가정에 경제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일을 하면서 주변사람들의 편견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서구에 분점도 낼 예정이다. 아직 장소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분점에서 일할 10명이 교육을 마치고 영업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 관장은 대전 5개구에 모두 분점을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다문화 레스토랑은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 제공은 물론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레스토랑을 찾아와 음식을 만들며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를 넓히는 일도 또 다른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와 관련해 교육 등 선제적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장기적인 정책을 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ㆍ사진=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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