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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술한 日 중학 교과서, 15년 새 7종서 1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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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술한 日 중학 교과서, 15년 새 7종서 1종으로

입력
2015.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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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객 북적이는 야스쿠니 신사, 초중생들 "지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엔 일반 관람객은 찾아보기 힘들어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야스쿠니 신사. 평일 오전 시간대인데도 참배를 하러 온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태평양전쟁 A급 전쟁범죄자를 포함,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명을 신으로 떠받들어 과거사 논란의 중심에 서 온 곳이다. 한 70대 일본 남성은 “전범이 있건 없건 어쨌거나 희생된 분들이기 때문에 혼을 추모하러 왔다”며 “참배로 인한 외교적 갈등까지 신경써야 하냐”고 반문했다.

야스쿠니 신사 내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 입구에는 가미카제 전투기와 탱크 등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8월 초중등학생 대상으로 개최된 유슈칸 사생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다. 일부 작품에는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이곳에서 일본의 아이들은 전범을 ‘전쟁 영웅’으로 배우고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도쿄 신주쿠구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ㆍWAM)으로 발길을 돌리자 한산하기 짝이 없는 ‘중학생을 위한 위안부전’ 전시장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이날 점심 시간을 제외한 3시간 동안 관람객은 나가노현에서 단체 관람을 온 고등학생 30여명뿐 일반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민간 법정 ‘여성 국제 전범 법정’을 주도했던 여성운동가 고(故) 마쓰이 야요리씨를 기려 2005년 8월에 설립된 WAM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전시 성폭력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은 곳이다. 와타나베 미나 WAM 사무국장은 “중학교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이 관련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어져 특별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나가노현의 고등학생들이 지난달 18일 도쿄에 위치한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한 여고생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주민들이 군인에 의해 연행되는 장면을 퀼트로 만든 필리핀 할머니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나가노현의 고등학생들이 지난달 18일 도쿄에 위치한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한 여고생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주민들이 군인에 의해 연행되는 장면을 퀼트로 만든 필리핀 할머니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자학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경계하는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가 반영된 듯 WAM의 기획 취지는 외면 받는 모습이 뚜렷했다.

학생들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 유슈칸을 방문하기에 앞서 이곳을 들렀다고 했다. 학생들이 손에 쥔 프린트물에는 ‘지금 여러분이 살아 온 일본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좋은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80년을 거슬러 가보면 당시 일본은 제국주의 국가로서 식민 지배를 하고 다른 국가와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일본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일본은 좋은 국가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소한의 역사적 균형을 지키기 위해 반대편의 사실도 가르쳐주려고 한 교사들의 역사 인식이 엿보였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와 WAM 사이의 극명한 대조처럼 의식 있는 일본 지식인의 목소리는 아직 아베 신조 정부가 이끄는 과거사 외면과 역사 미화 드라이브에 가려 소수에 머물고 있다. 위안부에 관한 언급이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WAM의 자료에 따르면, 위안부 관련 기술을 다룬 일본 중학생 역사 교과서는 1997년도판 7종에서, 2002년도판 3종, 2006년도판 2종, 2012년도판 1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교육출판에서 만든 교과서를 보면 1997년도판에는 ‘많은 조선인 여성들이 위안부로서 전쟁터에 파견되었다’는 기술과 함께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 등이 실렸지만, 2002년도판부터는 모두 삭제됐다.

와타나베 사무국장은 “일본 평화헌법 상 군대를 만들 수 없지만 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나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위안부 문제에 눈 감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피해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죄와 보상, 역사 교육 등을 보충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글ㆍ사진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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