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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편견 이긴 특별보너스 30만원

입력
2015.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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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장비·일류 기술친 초빙 중증 발달 장애인 100명에

명함 인쇄·제과 제빵 가르쳐, 새해 벽두에 감동 벅찬 선물

2012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흑자를 내서 성과급을 받은 베어베터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5일 이진희(앞줄 맨 오른쪽) 공동대표와 함께 자신들이 만든 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2012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흑자를 내서 성과급을 받은 베어베터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5일 이진희(앞줄 맨 오른쪽) 공동대표와 함께 자신들이 만든 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명함 인쇄, 제과 제빵, 꽃 배달 등을 하는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직원들이 새해 벽두에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110명 전 직원이 1인당 30만원씩 특별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창사 이래 첫 상여금이다

이들에게 30만원의 성과급은 대기업 직원이 받는 1,000만원 보너스 못지 않은 의미가 있다. 창업자인 김정호, 이진희 공동대표와 사회복지사 10명을 제외하고 약 100명의 직원 모두 지적 장애, 자폐증 등을 갖고 있는 중증 발달 장애인들이다.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2012년 창사 이래 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4,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매출은 25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고용기업이 흑자를 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장애인 고용기업이 아직은 적극적 영업에 나서기보다는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소극적 자세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인 기업에 대한 편견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막연히 장애인들이 만드는 제품은 품질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선입견이 있어 영업을 하는 장애인 고용기업 직원도 움츠려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호 베어베터 창업자
김정호 베어베터 창업자

김 대표는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깨뜨리려고 국내 최고급 인쇄장비와 제과 제빵 장비를 갖추고 일류 기술진들을 초빙해 장애인 직원들을 가르쳤다. 비용은 모두 네이버 창립멤버로 네이버 한게임 사장을 지낸 김 대표가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명함 수주 등의 영업도 네이버 시절 인맥을 발판 삼아 김 대표가 직접 뛰었다. 그 결과 대림그룹, 한국IBM, 네이버, 다음카카오, 매일유업 등 85개 기업이 베어베터에서 명함을 인쇄하고 간식류를 공급받는다.

베어베터와 거래하는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적지 않다. 일반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일정 비율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매년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베어베터와 같은 장애인 고용기업과 거래하면 이를 간접 고용으로 인정받아 부담금의 절반을 돌려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김 대표는 그 열매를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유일하게 상여금을 받지 않은 직원이 있다. 바로 김 대표 자신이다. 그는 회사를 설립할 때 “회사에서 월급을 포함해 1원도 가져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이번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도 스스로 빠졌다. 성과급을 주고 남은 돈은 배달용 트럭을 구입하고 일자리를 더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재벌 기업들이 수십조원씩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는 것과 달리 베어베터는 ‘이익을 쌓아두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신 이익이 나면 한 명의 발달 장애인이라도 더 고용하기 위해 재투자한다. 김 대표는 “일반 신체 장애인들은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데 중증의 발달 장애인들을 채용하려는 곳은 거의 없다”며 “이들에게 하나라도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베어베터의 존립 이유이고 내가 대표를 맡아 영업을 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베어베터는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김 대표는 “베어베터의 장애인 직원들은 지난해 500만장의 명함을 찍어 1인당 생산성에서 대형 인쇄업체를 뛰어 넘었다”며 “지난해 이익을 낸 만큼 올해는 50억원의 매출과 더 많은 이익을 내서 더 많은 발달 장애인들을 고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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