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의 특별한 신년 메시지 ‘금주령’
LG 선수단의 신년하례식이 열린 5일 잠실구장. 양상문(54) LG 감독은 특별한 당부로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금주령’이다. 시즌 중 코칭스태프에 한한 것이었지만 선수들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남달랐다.
선수단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양 감독은 “올 시즌 우리 코칭스태프의 화두는 ‘시즌 중 절대로 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나를 비롯한 코치들은 야구장에서 전날 술 먹은 티를 낸다거나, 술 냄새가 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약속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도 양 감독은 “선수들은 식사할 때 맥주 한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선을 그었다.
양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염경엽 넥센 감독과 함께 대표적인 ‘비주류파’다. 하지만 염 감독처럼 체질적으로 술을 못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4월 LG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도 양 감독은 백순길 단장에게 “시즌 중에는 정신이 맑은 상태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싶어 술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올 시즌엔 코치들에게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금주 선언을 선수들도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주장 이진영(35)은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주는 메시지 같다”면서 “당연히 시즌을 치르다 보면 중요한 약속 자리도 생기지만 경기가 없는 휴식일 전날 정도를 제외하고는 야구장에서 술 마신 티를 내는 사람은 본 적 없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연한 말씀”이라고 수긍했다.
양 감독은 취재진에게 “선수들이 항상 몸 관리를 하고, 경기에 지장 있는 밤 문화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코칭스태프의 금주 선언은 사실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임을 털어놨다.
선수들도 일반 직장인들과 같은 사람이기에 시즌 내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건 쉽지 않다. 전날 음주 사실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양 감독은 “올 시즌부터는 144경기를 치러 일정이 힘들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코치들은 이렇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술 한 두잔 정도는 괜찮지만 술 자리를 새벽 2, 3시까지 갖는 건 피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 감독은 “야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며 “무사 또는 1사에 주자가 3루에 있을 때는 득점력 100%를 만들자. 이것을 숙제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투수들에게는 1구, 1구에 혼을 실어 던질 것을 주문했다.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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