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북 등 한 달 새 32곳서 발병, 뚜렷한 역학관계 몰라 농가들 긴장
백신 맞은 돼지는 가격 2만원 하락 "접종 기피 현상 등 사태 키워" 지적
지난달 초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방역당국이 전국적인 일제방역, 이동거리 제한, 백신 추가 접종, 소독 등에 나섰지만 구제역 발생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4일에만 경북 안동시와 의성군, 충북 음성군의 돼지농장이 잇따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아 최근 한달 새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전국 32곳으로 늘었다. 발병 농장 32개 중 28개가 충청 지역에 몰려있고, 수도권(경기 이천시) 1곳, 경북 3곳이다. 지금까지 살(殺)처분된 돼지는 2만5,421마리에 달한다.
방역 당국은 2차 백신 접종이 효과를 거두면서 다음주 중이면 구제역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돼지입식 등 뚜렷한 역학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곳에서 잇따라 발병하고 있고,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상시 발생하는 양상을 보여 4년전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돼지 30여 마리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3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돼지농장은 조사 결과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충북도는 그동안 진천과 청주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구제역이 최근 음성, 괴산까지 퍼져 도내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에서도 지난달 30일 영천에 이어 이날 의성군과 안동시의 농장 돼지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의성에선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2,330마리 중 어미돼지 32마리와 인근 농가의 사슴 6마리를 매몰했다. 안동 농장은 1,350여 마리 중 증상을 보인 40여 마리를 포함해 같은 축사에 사육중인 200마리를 매몰할 방침이다. 안동은 2010년 11월 소 사육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 이듬해 봄까지 전국적인 피해를 낸 진원지이기도 하다. 특히 안동은 당시 발생한 구제역 매몰지의 완전 복구 선언을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서 또다시 돼지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4년 전 구제역 사태 때도 매출이 급감했는데, 이번 사태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은 기업형 돼지농장의 방역 소홀, 일부 농가의 백신 접종 기피 등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진천의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발생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대기업 계열 A농장의 퇴출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2011년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던 A농장에 대해 지역 축산농들은 기업형 농장의 방역 소홀이 원인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국의 혈청검사 결과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 농장의 돼지항체 형성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신을 키웠다. 농가들은 구제역 사태가 잠잠해지는 대로 A농장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도 발병 돼지에 대한 혈청검사를 실시해 백신접종 규정 미준수 사실이 드러나면 보상금을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일선 농가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돼지는 접종에 따른 스트레스와 접종 부위에 생기는 화농 때문에 1마리 당 2만원 가량 시세차이가 난다며 일부 농장주들이 여전히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성=한덕동기자 ddhan@hk.co.kr
안동=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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