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증가액 90%가 가계대출
지난해 은행권 대출 증가분의 90% 가량이 가계대출이었다. 특히 전세대출이 40% 이상 폭증했고, 주택담보대출 역시 10% 넘게 불어났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총대출 잔액은 793조2,700억원으로 전년 말(737조300억원)보다 7.6% 늘었다. 지난해 5% 미만으로 추산되는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경제 규모보다 대출이 훨씬 더 큰폭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가파른 대출 증가를 주도한 건 역시 가계대출이었다. 자영업자대출을 포함하는 광의의 가계대출은 49조9,900억원이 불어나며 총대출 증가액(56조2,400억원)의 88.9%에 달했다. 기업대출의 증가액은 6조원 남짓에 불과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잔액이 2013년말 11조5,000억원에서 작년말 16조6,000억원으로 5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증가율이 43.9%에 달했다. 세입자들이 폭등한 전셋값을 대출로 메웠다는 얘기다.
증가 규모로 보면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13년말 270조6,000억원에서 작년말 299조8,000억원으로 3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율도 두 자릿수가 넘는 10.8%였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최근 세 달 동안 증가액이 11조원에 달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자영업자대출 역시 같은 기간 13조6,000억원이 늘면서 증가율이 10.6%에 달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과는 달리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2.8%(4조3,000억원)에 불과해 은행권 대출이 가계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에 잘못 대출해줬다가 사고가 나면 은행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보다 손쉬운 가계대출에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팽창하는 가계대출이 소비를 제약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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