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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위성 3호 우주파편 충돌 ‘십년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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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위성 3호 우주파편 충돌 ‘십년감수’

입력
2015.01.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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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충돌 위험 예고 하루 뒤 없던 일로…우주사고 정보 여전히 미국에 의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위성 3호가 우주 파편과 충돌 위험을 운 좋게 벗어났다. 우주 탐사 목적으로 2013년 발사된 이 위성은 개발부터 발사까지 278억원이 들었으며,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우주관측용 적외선카메라를 탑재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4일 “과학기술위성 3호를 향해 다가오던 우주 파편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충돌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현재 접근 거리가 1㎞ 이상 벌어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일 우주 파편이 위성 23m 거리까지 접근해 오후 9시 31분쯤 그린란드해 상공 611㎞ 지점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온/과학기술위성 3호 과학기술위성 3호의 비행 상상도. 4일 밤 우주 파편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파편 궤도가 예상과 달리 변경되면서 위험을 피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5-01-04(한국일보)
온/과학기술위성 3호 과학기술위성 3호의 비행 상상도. 4일 밤 우주 파편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파편 궤도가 예상과 달리 변경되면서 위험을 피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5-01-04(한국일보)

[과학기술위성 3호의 비행 상상도. 4일 밤 우주 파편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파편 궤도가 예상과 달리 변경되면서 위험을 피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온/과학기술위성 3호 충돌 예상됐던 지점 4일 밤 9시 31분쯤 과학기술위성 3호와 우주 파편의 충돌이 예상됐던 위치. 노르웨이와 그린란드 사이의 그린란드해 상공 611㎞, 북위 72.98, 서경 7.92 지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5-01-04(한국일보)
온/과학기술위성 3호 충돌 예상됐던 지점 4일 밤 9시 31분쯤 과학기술위성 3호와 우주 파편의 충돌이 예상됐던 위치. 노르웨이와 그린란드 사이의 그린란드해 상공 611㎞, 북위 72.98, 서경 7.92 지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2015-01-04(한국일보)

[4일 밤 9시 31분쯤 과학기술위성 3호와 우주 파편의 충돌이 예상됐던 위치. 노르웨이와 그린란드 사이의 그린란드해 상공 611㎞, 북위 72.98, 서경 7.92 지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충돌 위험이 예측됐던 파편은 2009년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 약 790㎞에서 충돌해 부서진 미국 민간 통신위성 이리듐 33호와 러시아 군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의 조각들이다.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충돌로 기록된 당시 사고로 1㎝ 이상 크기의 파편 7만2,000개가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다. 이 중 1,400개는 10㎝가 넘는다. 이들은 지구 상공 500~1,300㎞ 고도까지 퍼져 수십~수백㎞의 거대한 띠를 형성한 채 과학기술위성 3호와 유사한 초속 7㎞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파편이 예상과 달리 1㎞ 이상 멀어진 직후인 4일 오전 11시쯤 또 다른 파편이 과학기술위성 3호에 접근했다. 강경인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위성응용연구실장에 따르면 새로운 파편은 미국 위성 스폿1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과학기술위성 3호에서 3.4㎞ 떨어진 지점을 지나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접근 거리가 1㎞ 이내일 경우 충돌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번 충돌 사고는 운 좋게 면했지만 우주 물체의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이를 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과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9월에도 옛 소련의 기상위성 메테오르 1-10의 파편이 과학기술위성 3호와 44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위성 입장에서는 날아온 총알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셈이다.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은 2011년 러시아 위성 라두가와 부딪힐 뻔한 상황에서 위치를 수정해 충돌을 피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은 4,000여개. 수명이 다한 위성이나 충돌 등으로 생긴 1㎝ 이상의 파편은 50만개 이상이다. 이들 파편은 동선 예측과 추적이 어렵다. 특히 파편이 작을수록 관측한 정보와 실제 상황 사이에 오차도 크다.

이번에 과학기술위성 3호와 충돌 위험이 예고됐던 파편은 20㎝ 안팎으로 다소 큰 편이다. 그런데도 하루 사이에 근접거리 예측이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우주 파편들은 태양활동 등 우주환경에 따라 궤도가 유동적이고, 충돌 예상시점이 멀수록 측정값보다 추정치에 의존해 예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성 충돌은 보상받을 길이 없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우주 충돌사고가 국제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난해 러시아 위성 블리츠가 중국 위성 잔해와 충돌해 작동불능 상태가 됐다고 알려진 직후 미국이 이를 부정하면서 세 나라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유엔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COPUOS)를 중심으로 우주 사고에 대한 책임이나 보상 문제를 규정하는 협약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가 워낙 달라 효력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우리가 우주 파편을 추적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우주 파편의 이동 정보를 파악하는 곳은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우주선진국뿐이다. 1cm가 넘는 모든 우주물체의 위치를 감시하는 미국 합동우주작전본부(JSpOC)는 세계 각지의 광학관측소나 레이더기지 등에서 관측한 결과를 전송 받아 각 우주물체마다 고유 식별번호(ID)와 궤도 정보를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물체 간 간격이 1㎞ 이내로 줄어들면 자동으로 경고메시지를 내고 위치를 추적한다. 이번 과학기술위성 3호의 충돌 위험 역시 JSpOC가 이 시스템의 경고를 포착해 우리 공군 우주발전처와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 통보해 알려졌다.

위성이나 우주 파편을 우리 기술로 감시하기 위해 천문연이 몽골과학원과 함께 지난해 문을 연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 몽골 관측소’는 아직 시험가동 중이고, 경남 거창군 감악산에 설치하기로 한 ‘레이저 추적 시스템(SLR)’은 2016년 말 완공된다. 감악산 SLR보다 규모는 작지만 옮겨다닐 수 있는 이동형 SLR 장비도 보유중이나 위성에 반사경이 달려 있어야 추적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위성 3호엔 반사경이 없다. 천문연 관계자는 “만약 몽골 OWL과 감악산 SLR이 모두 정상 가동됐어도 필요 장비나 충돌 위치 등의 문제 때문에 이번 과학기술위성 3호와 우주 파편의 접근을 직접 관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과학기술위성 3호는 자력으로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위치나 궤도 수정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강 실장은 “충돌 예고 시점 전에 자세제어용 추력기로 자세를 바꿔 충돌 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파편을 피해 몸만 움츠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쏘아 올리는 모든 위성에 궤도수정용 추력기를 달 수밖에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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