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ㆍ삼풍 붕괴사고 이후 주목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사회 안전 설파
獨 메르켈, 마키아벨리에 빗대기도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지난 1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유족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1980년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같은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현대 사회학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사회’는 이후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한국 사회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현대 사회학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함으로써 ‘위험사회론’을 이론화했다. 학자들은 성찰적 현대화, 제2의 현대성이라고 이 위험사회론의 키워드를 정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과거 서울대 한상진 교수 등 비판적 사회학 이론을 이끌던 인사들과 빈번하게 교류했다. 최근까지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거대담론을 나누는 등 한국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특히 1990년대 들어서 본격화한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국가 간 연대를 통한 민주주의 재창조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1944년 독일 슈톨프에서 태어나 뮌헨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뮌스터대와 프라이부르크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위험사회 외에도 ‘정치의 재발견’, ‘지구화의 길’,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글로벌 위험사회’, ‘경제 위기의 정치학’ 등 수 많은 명저를 남겼다.
벡은 지난해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경제 위기의 정치학’을 통해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금기를 깰까 두려워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이 있다. 유럽은 독일이 돼버렸다”라며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망각하고 다시 권력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서도 “유로화의 위기를 자신의 권력을 축적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서 메르켈의 정치를 마키아벨리의 권력론에 빗대어 ‘메르키아벨리 모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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