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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 '닥터둠'이 예측하는 2015 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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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 '닥터둠'이 예측하는 2015 경제·사회

입력
2015.01.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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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의 우울증은 여전하다. 이전과 다르다며 비관론에 힘을 주는 이들이 상당수다. 비관론자인 닥터둠(Dr.Doom)들은 지금이 위기의 터널로 들어가는 때이고, 그 터널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두울 수 있으며, 그래서 두렵다고까지 했다. 국내 상황이, 세계 경제가 위기인데 이에 대응할 국가의 격(格)은 떨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우울한 전망에는 틈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이 2차대전이나 핵대치를 한 냉전, 수백만명이 희생된 아시아ㆍ아프리카 분쟁, 세계경제를 위협한 중동사태 때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며 비관론이 과민반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 금리 인상… 금융·부동산 연쇄폭탄 맞을 수도"

▦증시와 경제 비관론/ 작년 100점이면 올해는 90점

경제에서 비관론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경제 성적과 전망이 반영되는 증시에서 더욱 그렇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의도의 대표적 비관론자다. 롱런하기 힘든 증권가에서 15년 넘게 시장을 분석해온 그의 강점은 신중함이다. 그런 그가 작년 증시가 100점이라면 올해는 90점이라고 했다. 다우지수가 새해 10% 이상 조정을 받을 거라는 월가 비관론과 유사하다. 비관하는 이유는 좋아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해외 주가지수는 너무 높고, 경제상황은 이를 못 받쳐준다는 것이다. 최대 변수인 선진국 증시도 6년 간 올랐는데 7년 대세상승을 잇기에 부담스럽다. 6년 상승을 마친다면 국내 증시는 박스권 하단(지수 1900선)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 낙관론자들이 주장하는 유가하락에 대해선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감소의 결과라서 이를 호재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제 비관하는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2015년을 격랑의 시대 첫 해로 규정했다. 안타깝지만 역시 긍정할 게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빼면 정책마저 호의적이지 않다. 정부가 기업 세제혜택을 줄인 건 법인세 5,6% 인상효과 있는데, 다른 나라와는 반대로 가는 현상이다. 그래서 정부가 내년 성장률을 3.8%로 제시한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장관이나 대통령이 정해 놓으면 밑에서 ‘안 됩니다’하는 사람이 없는 문제도 비관의 이유였다. 능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 문제진단과 해법을 잘못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4년짜리 미생을 만든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F학점을 준 경희대 학생과 흡사하다. 대외적으론 미국과 중국 리스크가 커 보였다. 예고된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자금유출이 일어나면 여파가 불가피하다. 2008년에도 막판에 외화 유동성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보다 건전하지만 안전하지는 않다는 진단이다. 또 중국을 비롯 신흥시장 성장둔화와 엔저로 인해 수출증가율은 1% 기록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조만간 노동력마저 부족하게 된다. 이미 한국이 10년 장기불황의 수렁에 빠져들었다는 많은 전문가들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증시나 경제는 한마디로 리스크 게임인 셈이다.

▦부동산 비관론/올해~내년 惡의 시나리오 작동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급락뿐 아니라 제2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8년 남들보다 앞서 부동산 급락을 예측했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올해나 내년 외환위기나 그에 준하는 아주 심각한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30%는 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차 부동산 급락을 초래할 방아쇠로는 두 가지를 꼽았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실적악화와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에 이은 금리인상. 올해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악의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 여파로 결국 한국도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되면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는 버틸 수가 없고, 부실채권이 쌓일 금융권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주택시장이 소폭 상승할 거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론 어두운 전망이 대세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데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에 떠밀려 집을 사는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여 시장여건이 다소 나을 듯하다”면서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이 악재로 제시된다.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개입을 해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겠지만 4,5년 후에는 한계에 다다라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투입과 규제완화를 통한 부양책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진 부원장은 “저성장 시대에 부양책을 자꾸 쓰면 결국 ‘잃어버린 10년’의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의 정책이 폭탄 돌리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갈등 해법 못 찾으면… 구한말처럼 암울해진다"

▦사회 비관론/ 구한말 패망직전 무정란 정치

보수와 진보를 각각 아우르는 두 사회학 교수는 올해 한국 사회를 “구한말 패망직전”에 비유했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만연하면서 사회 곳곳이 분열과 갈등에 허우적대고, 무정란 행보가 계속된다는 것.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개조 기회가 있었으나 이 마저 놓쳐, 남은 건 지역ㆍ세대ㆍ이념 간 갈등 심화뿐”이라고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땅콩회항, 세월호 참사에는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 최소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분노가 반영돼 있다”며 “올해는 암울 그 자체”라고 말했다.

국가 붕괴론에 가까운 이런 비관론은 정부가 스스로 자처했다는 게 두 교수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 간 본질을 피한 채 보여 주기식 행보만 펼치다 보니 국민대통합, 복지사회 건설, 경제민주화 등 우리 사회를 이끌 담론마저 국민들이 외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회복하려 드는 순기능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했다. 개인의 양보나 희생을 배양하는 시민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국가조차도 집권층 이익만 대변하다 보니 각 층이 갈수록 서로 지배층이 되려는 무차별적 경쟁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언제부턴가 사회적 상처를 치유할 정화능력을 잃은 채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며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소득 양극화, 노인빈곤 문제가 그 증거들”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통진당 해산의 원인이 된 종북 발언도 성숙한 사회라면 처단보다는 왜 그런 발언이 나오는지 유연하게 대응했을 것”이라며 “끝장을 보고 싶어하는 이런 태도로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비관론/中日의 쌍끌이 악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비관론의 대변자다. 대놓고 경제가 좋다고 했던 적이 거의 없다. 2010년부터 2014년 전망까지 비관론 일색이고, 위기론을 빗겨간 해가 2011년 딱 한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비관론을 유지하고 있는데 허창수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질까 우려 된다”며 확산되는 비관론에 기름을 부었다. 전경련이 대기업 앓는 소리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상반기에 경제위기론이 일 수 있다는 비상벨까지 울리고 있다. 둘러싼 경영환경에 악재가 산재한 때문인데 엔저, 내수침체, 기업규제, 노사갈등이 최대 리스크로 꼽는다. 업황도 주력부문이 전반적으로 부진,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주력업종인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에 먼저 빨간불이 켜졌고, 석유화학 건설도 회복세를 타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중국 추격이 거세고, 스마트폰 이후 성장을 주도할 전략 품목이 없는 것도 고민이다. 특히 엔저로 인해 버티기 힘든 기업들은 한계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치가 100엔당 1,044원인 원ㆍ엔 환율은 벌 써 900원대 하단을 지나, 상반기에 800원대를 볼 가능성이 높다. 수치상으로 무역수지가 흑자지만 이마저 수출이 는 게 아니고 수입이 줄어 생긴 거시경제 착시현상으로 설명된다.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정부 예상치 보다 낮은 3.5%로 잡았는데 이는 세계경제 성장률 3.8%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 연구원 정성춘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정부가 부양책을 쓸 여력이 없고, 업계는 한계기업들이 속출하는데다 구조조정까지 앞두고 있어 한층 어렵다”고 했다.

▦남북관계 비관론/ 신년 기대 속에 숨은 비관론

남북관계는 아직 물꼬가 열리지 않았지만 살짝 틈이 보이고 있다. 그간 대화론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강경론자들은 녹음기 튼 것 같은 얘기만 반복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비관론자들만 남은 게 사실이다. 다만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임기 3년 차 박근혜 정부가 업적을 만들 마지막 시간이고, 북한 김정은 정권이 신년사에서 예년과 달리 정상회담까지 언급하며 대화에 적극적인 때문이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문제로만 국한해서 보면 관계복원 가능성이 높지만 국제적으로 볼 때 북미 관계가 상당히 악화돼 있다”며 “미국입장을 고려하면 대화 교류가 재개되어도 그 속도는 느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남북회담 제의 역시 진정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일축했다. 북한문제 출발선인 핵 문제를 풀지 못하면 모든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북미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NDI) 국장의 방북 이후 대화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잇단 악재로 역시 진전이 없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업적 쌓기에서 북한 문제는 빼놓고 있다는 지적도 발목을 잡는다. 압박을 지속하며 북한이 핵 포기의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ㆍ24조치와 금강산 관광재개 문턱만 넘어선다면 남북관계는 풀릴 수 있다”며 “남북 당국의 적극적 의지가 결합되면 아주 획기적인 진전은 쉽지 않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비관론/ 몰려 오는 퍼펙트스톰

세계 경제에도 어두운 전망이 잇따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앞장서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올해 글로벌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하는 위기를 뜻하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년 전 2014년 세계 경제전망에서 자신이 갈수록 ‘낙관론자’가 되고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던 것과 대비된다.

루비니 교수가 예측하는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는 5가지다. 유로존 위기와 중국의 급격한 성장률 둔화, 일본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실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이슬람국가(IS)로 인한 중동 불안, 시리아 내전 등 지정학적 위험의 부상과 강달러에 따른 외환시장의 쇼크 역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위험요소들이 결합하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대공황에 가까운 퍼펙트스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미국발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그는 예측했다.

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월가를 대표하는 비관론자 마크 파버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2012년 뉴욕증시 폭락 경고가 틀린 가운데, 이를 철회하지 않고 다시 한번 “6~9개월 내 20% 가까이 폭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 잠재적 악재 10가지를 지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정책실수, 국제유가 급등, 유럽 재정위기 재발, 사이버전쟁 확산, 유동성 고갈, 신흥시장 위기, 지정학적 불안, 에볼라 재확산, 테러공포, 중일영토 분쟁이다. 10가지는 초대형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과 달리 예상은 가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속수무책인 악재란 뜻에서 ‘그레이스완’으로 불린다.

권영은기자 정준호기자 j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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