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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치통감(資治通鑑)

입력
2015.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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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자치통감을 읽고 독서가 유익하다는 것을 알았소. 이 책을 볼수록 총명이 날마다 더하고 잠은 점점 줄어드는구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16년(1434년) 12월 왕은 경연(經筵)의 주교재로 사용하던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알기 쉽게 해설해 주석을 붙인 책 자치통감훈의 편찬 책임을 맡고 있는 대제학 윤회 등에게 이렇게 말한다. 또 매일 밤 훈의 초고를 궐내로 들이도록 해 친히 원본과 대조하며 교정작업을 한다. 이 때문에 그렇게 중시하던, 아침마다 열던 경연도 일시 중단한다.

▦ 동아시아 제왕 교육의 꽃으로 불리는 경연은 왕과 신하들이 사서오경과 사기 등 고전을 놓고 함께 공부하는 자리로, 당 태종 때 제도적으로 정착됐다. 조선시대 세종은 국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경연을 적극 활용한 대표적 임금이다. 즉위 이후 재임 후반까지 월 6회 꼴로 무려 1,898회나 경연을 진행했다.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집현전 학사들로 하여금 경연관을 겸임토록 하고 회의를 준비하고 기록하게 했다. 또 공부 안 하는 신하들은 질문으로 질책하곤 했는데, 무신인 김종서는 이것이 두려워 지방근무를 자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 세종이 애용한 경연 교재는 대학연의(大學衍義)다. 송나라 때 진덕수(1178 ~ 1235)가 쓴 이 책은 요순(堯舜) 등 제왕들의 행적을 사서인 대학의 체제에 맞춰 설명했는데, 첫 경연의 교재로 채택했다. 춘추 사기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역사서로 불리는 자치통감도 매우 아꼈다. 송나라 사마광(1019~1086년)이 전국시대부터 136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책이다. 세종은 신하들이 중국 사신으로 갔다가 이 책을 사오면 옷을 하사하고, 훈의를 편찬하는 학사들에게 보름마다 음식을 내렸다.

▦ 세종이 경연에 사용한 책이 최근 중국 상하이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자치통감을 남송 때 주희(1130~1200)가 간추려 엮은 자치통감강목 59권이다. 세종 당시 경연의 핵심은 토론이었고, 신하들과의 활발한 소통은 여민동락(與民同樂ㆍ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함)의 바탕이 됐다. 오늘날 지도자가 조선시대처럼 매일 경연을 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참모와 소통하고 나아가 민심과 공감하는 그 정신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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