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기 실종 닷새째인 1일 인도네시아와 국제사회가 시신 인양과 동체 확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탑승객 시신 1구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수색 당국은 이날 잠수부 60~70명을 투입하고, 선박 22척, 헬리콥터 7대, 항공기 15대 등을 동원해 사고 해역에서 가로 150해리, 세로 90해리 지역을 수색했으나 높은 파도와 비바람 탓에 헬리콥터를 띄우지 못하는 등 수색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사고기 동체 확인과 블랙박스 회수도 늦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2월과 1월이 비가 자주 내리는 우기여서 앞으로도 악천후로 인한 수색 지연이 빈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이날까지 시신 8구를 수습했다. 이중 여성 시신 1구는 승무원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다른 1구는 10대 남성이었다. 수색당국은 “시신 중 하나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번복해 탑승자들의 구명조끼 착용 여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구명조끼 착용 여부는 항공기가 조난 상황에 대응할 틈이 없이 추락했는지 등 사고 전후 상황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간주된다.
수습된 시신 중 4구는 항공기 출발지였던 수라바야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유전자 검사 등 신원확인 작업이 시작돼 시신 1구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재난희생자확인(DVI)팀은 여성 시신 1구에 대해 지문 검사 등을 통해 하야티 루트피아 하미드씨임을 확인하고 가족에게 인계했다.
가족들은 신속한 장례를 규정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인근 마을에서 150여 명이 참석해 오열하는 가운데 이날 바로 장례를 치렀다. 부디요노 DVI 팀장은 “시신들의 상태가 양호했다”며 “유전자 검사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DVI 관계자는 “육지와 달리 바다 물속에서는 화학 작용 등에 의해 시신이 빨리 훼손된다”며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신속한 시신 인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어아시아의 시레가르 수석 조종사는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라며 “DVI가 신원을 확인한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하고 장례비까지 포함한 모든 비용을 에어아시아가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라바야 공항에 모여 있던 탑승자 가족 100여 명도 신원확인을 위한 혈액채취에 응하거나 실종자 사진을 당국에 제공하며 수습된 시신의 신원 확인 작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수색 당국은 에어아시아 소속 QZ8501 여객기의 동체로 보이는 물체가 자바해 해저에서 음파 탐지기에 포착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밤방 소엘리스트오 국가수색구조청장은 “사고기 동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체가 발견되면 시신 인양과 블랙박스 수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기 동체를 찾기 위해 인도네시아 전문가 10명, 싱가포르와 프랑스에서 2명씩 파견된 전문가들이 해저 음파 탐지기로 수색했다.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의 항공기와 선박이 수색을 지원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도 각각 연안 전투함과 미사일 호위함을 추가로 파견하며 신속한 수색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졌다. 싱가포르는 수중에서 항공기 동체와 블랙박스를 탐지할 수 있는 무인 잠수선을 지원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소해정, 해저조사 민간선박 등을 동원하고 금속 탐지가 가능한 항공기를 띄웠다.
한편 에어아시아기가 사고 직전 고도를 높이겠다고 한 요구에 대해 관제당국이 대응하는 데 2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나 늑장 대응 논란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음성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기가 고도를 3만2,000피트에서 3만8,000피트로 올리겠다고 허가를 요청했으나 관제당국은 2분 뒤에 ‘고도를 3만6,000피트로 올리라’고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관제당국이 2분 뒤 고도상승을 허용했을 때 에어아시아기로부터 응답은 없었다. 관제당국 관계자는 “주변에 다른 항공기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레이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에어아시아기가 항공기가 견딜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급경사로 고도를 올리려 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기의 조난 신호 발사장치인 항공기용구명무선기(ELT)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에어아시아기가 바다에 추락할 때 큰 충격이 없었던 것 같다”며 “베테랑인 이 항공기 조종사가 바다 위 비상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LT는 육지나 해상에 추락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신호를 발사하게 돼 있으나 이번 사고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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