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군 신뢰의 위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입력
2015.01.01 20:00
0 0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곪아터진 병영악습, 군통수권자 해외 순방 시 야전사령관의 위수지역 이탈이나 승인권자의 개념 없는 처신, 사단장의 부하여군 성추행, 장군 지휘관을 위한 환송 만찬장에서 일어난 참모들 간의 싸움박질 추태, 끝이 안 보이는 방산 비리…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오죽 하겠는가. 오늘의 우리 군은 핵으로 무장한 백만의 적과 겨눠야 할 정전체제 하의 군대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오합지졸’ 같은 한심한 모습이다. 적이 앞에 있는지 조차 망각한 군의 모습 아닌가. 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강조하고 나서는지 십분 이해가 간다.

60여만의 거대한 병영이라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일어 날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인재의 잦은 발생과 임기응변식의 사려 깊지 못한 정책적 처방조차 이해한다 치자. 그러나 장성급 지휘관들의 몰지각한 군기위반은 전투력 기반을 뿌리 채 흔드는 ‘이적행위’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작금의 군은 더 이상 애정 담긴 질책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니 현 상황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영원히 잃을 지도 모를 분기점이라 할 만하다.

신뢰의 위기는 군 고위층이 자초한 결과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건이 생기면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으며, 수시로 말을 바꿔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군에서 내놓은 모든 쇄신안에는 환골탈태하는 각오로 결연히 혁신하겠다는 약속이 빠지지 않았다. 허나 어느 처방에도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간절함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 아닌가.

필자는 군이 처한 이 위기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종이 부른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가장 먼저 신뢰의 위기를 초래하고 군을 조롱거리로 만든 일차적 책임도 군의 중추인 장군들이 책임이란 인식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누리는 지위와 대우에 걸 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국민의 비판적 시각 때문이다.

따라서 해결방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 있음이 명백하다. 진정한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자세로 내려놓기 아까운 것 일부나마 포기할 만큼의 절박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만큼 처절함이 담겨야 하고 특단의 조치여야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안을 내놓아야 할까.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치는 뒤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오직 군무에만 충실하겠다는 맹세를 하고 모든 장군들이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담아 혈서라도 써야 한다.

이 정도의 각오를 뒷받침할 증표로 다음과 같은 결단을 군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장군들 스스로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여 자격이 미달된다고 하는 대상자들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결연히 군문을 나서겠다는 용단을 촉구한다. 다음으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군체력단련장’이란 이름의 골프장 일부라도 정리하겠다는 희생적 결단까지도 필요하다. 골프장을 매각하여 생긴 값진 재원은 유사 시 요구되는 우리 장병들의 ‘진정한 체력단련’을 위해 값있게 쓰여 지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작은 실천이요, 우리 장군들이 해야 할 일이다. 예비역도 동참해야 한다. 자고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있을 수 없고 군 역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스포츠팀 감독과 선수들이 삭발을 하고 결기를 다지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군기쇄신을 통한 강군육성이 절실한 지금 우리 군은 이보다 더 독한 결기와 투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성윤 군사평론가ㆍ전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