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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값 못하는 펀드 공룡들, 수익 깎아먹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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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값 못하는 펀드 공룡들, 수익 깎아먹기만

입력
2015.01.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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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조원대 몰린 상위 펀드들

최근 3개월 수익률 모두 마이너스

"운용 규모 커질수록 대응 어렵고

대형주 중심 투자로 수익률 한계

5000억 규모 중소형주가 적정"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에는 작년 한 해 무려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12월 한 달 동안에도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면서 펀드 운용 설정액이 3조원을 넘어선 ‘공룡’ 펀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운용되는 국내 주식형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익률은 하락했다. 설정액이 1조원대이던 작년 1~8월 이 펀드의 월 평균 수익률은 1.89%. 그런데 설정액이 2조원대로 올라선 9월 이후 11월까지 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69%로 급락했다. 이러다 보니 연간 수익률은 7.36%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4.72%)을 월등히 웃돌았지만, 설정액이 불어난 최근 3개월 수익률(-5.97%)은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5.42%)보다도 저조했다.

펀드의 수익률이 규모와 반비례하고 있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를 포함해 작년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상위 5개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작년 12월29일 기준)을 보면 모두 마이너스다. 연간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에셋플러스코리아투게더펀드’의 경우 -6.08%의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신영프라임배당펀드’ 역시 -6.02%의 수익률을 보였다. 다른 펀드들 역시 -5%에서 -3%의 저조한 실적에 허덕였다.

지난해 증시 침체 속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덩치를 키웠던 롱숏펀드도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설정액이 4,500억원으로 롱숏펀드 중 운용규모가 가장 컸던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 이상 고꾸라지면서 수익률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전체 롱숏펀드 설정액은 3조원에 가까웠지만 수익률이 하락하자 최근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업계에선 이런 현상을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 우선 펀드의 덩치가 커질수록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운용자산이 1조원이 넘는 펀드가 자산의 1%만 투자 종목을 바꾼다고 해도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움직여야 한다”며 “펀드 운용규모가 커지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률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투자한 종목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종목 편입 비중을 줄이려 해도 운용규모가 크면 빠른 속도로 매도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규모가 커질수록 중소형주 매입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계다. 지난해 자금 유입이 많았던 ‘신영밸류고배당펀드’, ‘베어링고배당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 등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SK텔레콤 등 대형주 편입비중이 높다. 베어링자산운용 관계자는 “운용규모가 커지다 보면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를 충분히 사기가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대형주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수익률을 올리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대형주 주가가 3분기 이후 크게 떨어지면서 대형펀드 수익률 하락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돈이 몰리는 펀드에 무작정 편승해 뒤따라 가입하는 것은 곤란하며, 가입한 펀드의 운용규모가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신중히 환매를 고려해볼 것을 조언한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은 “펀드에 자금이 상당히 많이 쏠리면 수익이 나는 종목에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성과에 긍정적인 반면, 투자 대상이 제한돼 원래 성격과 다른 투자패턴으로 갈 수 있다”며 “중소형주와 가치주펀드는 5,000억원 정도, 대형주 투자 펀드는 1조~2조원 정도가 적정 규모”라고 말했다.

단, 배당주펀드의 경우 장기 투자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배당주 펀드는 기본적으로 3년 이상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펀드”라며 “운용규모가 커졌다고 해도 장기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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