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호소 위해 정치인들 초청, 與의원은 1명 참석… 대통령도 불참
"따뜻한 밥상 준비했는데 안타깝다"
유족 모욕 글 올렸던 10대는 분향소 찾아 울며 사과
을미년 새해 첫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국민 화합과 진상규명을 기원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은 안산이 지역구인 의원 1명만 참석했을 뿐 모두 유족들의 초청을 외면했다.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는 1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엄마의 밥상’ 행사를 열었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 쟁점화하면서 갈등과 반목에 휩싸였던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국회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은 “우리 가족들은 295명의 희생자들을 가슴에 묻고 아픈 새해를 맞았다”며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활발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고(故) 안주현 군의 어머니는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며 “새해 첫날 정치인들을 떡국 나눔 행사에 초대한 것은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라며 “정부는 남은 실종자 9명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행사 참가자들은 유족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떡국과 과일, 떡 등을 함께 나눴다.
가족대책위는 정파를 뛰어넘는 진상규명 활동을 기대하며 이날 행사에 박 대통령과 여야 의원 295명을 초청했었다. 하지만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5명, 천호선 대표 등 정의당 의원 5명 등 야당 의원들만 눈에 띄었다. 여당 의원 중에서는 이곳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명연(안산 단원갑) 의원만 유일하게 들렀을 뿐이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의 빈 자리에는 이름표와 떡국만 덩그러니 놓였다. 가족대책위 김성실 대외협력분과부위원장은 “대통령도, 정치인도, 언론도 세월호의 진실을 외면했다”며 “따뜻한 밥상으로 사랑을 전하려 했는데 불참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야 추천 각 5명, 대법원장 및 대한변호사협회장 지명 각 2명, 유가족이 선출한 3명 등 모두 17명으로 꾸려진 특별조사위는 이르면 15일쯤 임명식을 갖고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 새누리당이 추천한 일부 위원들이 과거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거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어 가족대책위는 이들의 교체를 요구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성실 부위원장은 “진상규명이 필요 없다던 사람들이 위원이 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한 A(18)군이 최근 일주일새 부모와 함께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사과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부위원장은 “그 동안 직접 분향소를 찾아 사과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아이들 영정사진을 본 A군이 ‘제가 한 짓이 이렇게 큰일인 줄 몰랐다’고 울먹이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소 취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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