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주적 운영 요구하다 해직된 인천외고의 이주용·박춘배 교사
시민단체·인천시의회 등 복직 촉구 작년 9월 공립고 특별 채용됐지만
지난달 교육부가 직권으로 임용 취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멍할 뿐이다.”
먼 길을 돌아 어렵게 선 교단을 다시 떠나게 된 이주용(47)교사는 착잡함을 숨기지 못했다. 10년을 기다려 교단에 돌아왔지만 제자들과 재회한 시간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직권으로 이 교사와 박춘배(48)교사에게 임용 취소를 통보했다. 교육공무원법 상 인천시교육청이 이들을 특별 채용할 합리적 사유가 없고, 사유가 있더라도 공개 경쟁을 통해 선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두 교사는 2003년부터 “학교 측이 교사의 수업·평가권과 학생 인권을 침해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했다”며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요구하다 2004년 나란히 해직됐다.
이후 이들은 힘겹고 지루한 법정 다툼에 나서야 했다. 2006년 2월 파면 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패했지만 이듬해 2심에서는 정직 3개월로의 감경과 법원의 화해 권고결정을 이끌어냈다. 인천외고 교사 신분을 2012년 7월 말까지 유지한다는 단서도 달렸다.
학교측이 시간을 끌다 2012년 7월 복직안을 최종 부결하면서 학교 복귀는 무산됐지만 이들에게는 응원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시민사회와 교육계는 2011년 해직교사 복직대책위를 구성했으며 인천시의회는 2013년 해직교사 특별채용 촉구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복직 촉구안에 서명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에 힘입어 진보성향의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지난 9월 특채 형식으로 두 교사를 채용해 공립고로 발령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두 교사를 특별 채용한 임용처분을 취소하라고 인천시교육청에 요구했고, 시교육청이 “시정을 요구한 게 파면사유가 될 수 없다”고 거부하자 직권으로 임용을 취소했다. 인천외고의 파면과 복직 거부로 사실상 2차례 해직을 당했던 두 교사는 방학 중 제자들의 얼굴도 못보고 또다시 교단을 떠나게 된 것이다.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두 교사는 “마음을 추스르고 대응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교사는 교육부 조치에 대해 30일 안에 교원소청심사 청구와 90일 내 행정소송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교육부가 두 교사에게 직권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앞으로 두 교사가 직접 법적 절차를 통해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외고는 두 교사의 파면으로 촉발된 학내 분규로 학생 90명이 전학 가고 교사 18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한 때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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