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한과의 대화에 신중한 미국 정부의 현행 대북 정책을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는 ‘전략적 명확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크리스토퍼 힐(사진) 전 국무부 차관보가 주장했다.
2004년 당시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수석대표로도 일했던 힐 전 차관보는 3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를 공식화해서 다루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이 ‘대화로 해결한다’고 선언하면 미국은 중국이 더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어떻게 더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며 최근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북한 문제를 대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하면 통일 한국이 미국식 체제로 편입되면서 일종의 ‘패배’로 인식될 수 있음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신형 대국관계’와 ‘상호이익’을 강조하는 만큼 미국도 이런 관점에 맞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세계 최악 정권과의 관계가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음을 중국 지도자들이 알고 있음을 가정한다면, 미국은 그 점이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힐 전 차관보는 “오바마 정부에서 ‘전략적 인내’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든 ‘인내’라는 측면이 최근 너무 심해졌다”며 “북한은 스스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중국과 함께 ‘전략적 재관여’에 나설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힐 전 차관보는 긴밀해지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중 관계 강화에 미국이 난색을 표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중 관계 강화는 미국이나 중국뿐 아니라 모든 관계국의 활동 여지를 넓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한국을 밀접한 이웃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잦아질수록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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