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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어 잘 못해도 합격, 성적 낮아도 장학금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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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어 잘 못해도 합격, 성적 낮아도 장학금 '민망'

입력
2015.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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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유학생 8만명 시대

국제화지수 등 대학평가서 유리

등록금 수입 재정에 도움 탓에

대학들 너도나도 유학생 유치 혈안

학업 뒤처지는 등 부작용 커지는데

교육부까지 3만여명 유치 계획

"지방대 정원감축 반발 누르기 꼼수"

#대구가톨릭대의 2015학년도 외국인 학생 모집요강을 보면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일 경우 신ㆍ편입생에게 등록금 55%를 감면해준다. 대다수 모집단위에서 입학 자격으로 TOPIK 3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등록만 하면 장학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남대는 외국인 학생이 입학만 해도 수업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는 2,3학년 외국인 재학생의 경우 직전 학기에 18학점 이상 수강하고 평균 평점 2.3 이상이면 등록금 30%를 감면하고, 제주대 역시 직전 학기 평균 성적이 2.4만 돼도 수업료를 면제해준다.

#경북의 한 대학은 예체능 계열의 경우 TOPIK 2급 이상을 지원자격으로 정했다. TOPIK 2급 듣기 시험 문제는 ‘늦어서 미안해요’ 뒤에 이어지는 말을 고르는 정도로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엔 버거운 수준이다.

2003년 1만2,314명이던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올해 4월 기준 8만4,891명으로 7배가량 늘었다. 정부와 대학이 ‘고등교육의 국제화ㆍ세계화’를 외치며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써온 덕분이지만 그 민낯은 민망하다. 외국인 학생이란 이유로 평균 C학점 정도만 받아도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국어 능력은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초급 수준이어도 합격이 가능하다.

대학들의 이런 무분별한 문턱 낮추기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임을 감안해도 장학금 기준이 턱없이 낮아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정도”라며 “기본 학업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입학하는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숫자 늘리기에 주력하는 것은 대학 평가와 등록금 수입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대학에 밀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로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등록금 등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인 국제화지수ㆍ재학생 충원율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정부 재정보조를 받기도 쉬워지고, 대외 홍보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3년 외국인 유학생 1,000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및 지원 체제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강의 이해도가 60% 미만이라고 답한 유학생이 55%나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부터 이공계열 입학기준을 현행 TOPIK 3급에서 2급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한국어 능력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학생을 선발해 강의 부적응, 중도 탈락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에 따른 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 유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우수인재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1년(8만9,537명)까지 증가했던 외국인 유학생 수가 이후 계속 정체 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양적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19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만1,000명을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산업 및 특성화 학문분야와 연계한 전공을 개설해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경쟁력이 떨어져 대학구조개혁 대상에 올려진 지방대에 외국인 유학생을 확대 유치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며, 유학생을 단순히 대학 운영의 재원(財源)으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홍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방송통신대 교수)은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면 입학정원을 감축해도 상쇄효과가 있을 테니 대학구조개혁 대상인 지방대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은희 연구원은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유학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방대 육성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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