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메아리] 미국의 힘, 한국의 희망

입력
2014.12.31 20:00
0 0

미국경제 부활 생산성과 혁신 덕분

첨단 IT와 제조업 경쟁력 튼실해져

한국경제 새 희망도 여기서 찾아야

“최근 손님이 부쩍 늘었어요.” 미국 동남부 도시 애틀랜타. 도심 안팎은 여러 건설공사로 활기가 넘쳤고, 한인 식당과 업소가 밀집한 둘루스 지역은 자리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 켠에선 실업률이 5.7%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며 메트로 애틀랜타의 ‘연말 고용시장 회복 기운 훈훈’으로 헤드라인을 뽑은 지역신문이 놓여 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찾았던 미 동남부 지역을 최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 롤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본사가 있는 금융 도시 샬럿 등에선 미국 경제가 위기 이전으로 회복했다는 징후들이 뚜렷했다.

주택경기가 대표적이다. 금융 위기를 불러 온 주택경기의 추이는 미국 경제를 진단하는 일종의 바로미터인데, 빚 때문에 은행에 차압 된 주택들이 널려 있던 5년 전과는 딴판이었다. 지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무려 5.0%에 달했다는 보도를 뒷받침하듯, 새로 주택을 짓는 지역들이 가는 곳마다 눈에 띄었다. 기름값이 갤런(3.785ℓ)당 1달러 대 후반까지 내려온 곳들도 있어 위기 때(2달러 중반 수준)보다 더 저렴했다. 국내로 치면 ℓ당 400여원 수준인 셈이다.

미국이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 지위를 되찾은 모습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의 엔진은 중국이지만 근래 들어 둔화 양상이 완연해지고, 일본과 유럽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미국만이 나홀로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성적표가 좋아진 주된 이유는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양적 완화 덕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돈 풀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의 상황은 좋은 반증이다.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오링(reshoring)’ 흐름도 빼놓을 수 없다. 셰일오일 개발로 미국이 원유를 대량 생산해 ‘사우디 아메리카(Saudi America)’가 된 건 주지의 사실. 온수기를 생산하던 중국 공장을 켄터키주로 이전한 GE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다시 본국행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은 낮고,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은 높아 제조업의 생산성이 한국은 물론이고 독일이나 일본을 능가하는 게 미국이다. 미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의 생산성은 울산 공장의 두 배에 달한다.

미국 경제는 지금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IT산업과 경쟁력을 회복한GE GM 등 전통 제조업이 쌍두마차를 형성하며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전세계 IT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을 모두 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상황이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혁신기술로 무장한 신생업체들이 끊임 없이 출현해 새로운 경쟁 판도를 짜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그렇고, 전 세계 1억명의 이용자를 둔 파일공유 사이트 드롭박스 등이 그렇다. 뉴욕 글로벌기업에서 7년간 근무한 후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 정착한 어느 한국인 교수는 “미국의 힘은 변화에 민감하고 혁신에 열광하는 젊은 문화와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다. 미국인은 한 평생 직업을 평균 세차례 바꿀 정도로 변화를 당연시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았지만, 사실 미국과 한국은 야구와 축구 경기만큼 여러모로 다른 사회다. 경제발전의 단계나 주력산업의 차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6년 사이에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 중국의 거센 추격과 저성장ㆍ저물가ㆍ엔저(低)의 삼각파도 속에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4번 타자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신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새해 성장계획 마련 보다는 최소 3년은 버텨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 내핍 경영에 골몰하고 있다.

야구든 축구든 스포츠를 잘 하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듯 경제도 ‘생산성’과 ‘혁신’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려야 위기 돌파도, 미래에 대한 해답도 가능하다는 걸 미국 경제는 보여준다. 노동시장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정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지금 모든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한국 경제의 새 희망을 만드는 길도 여기에 있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