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속 좁은 정치 이제 그만 이러다가 새눈치당 될 것"
"갈등 부추기면 가만 있지 않을 것" 金 대표 측근들도 정면대응 불사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친박계가 세몰이를 통해 김무성 대표 체제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자 비박계 의원들의 반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당 안팎에선 연초부터 20대 총선 공천을 겨냥한 계파간 내홍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김무성 대표는 31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중진의원들이 지난 19일 비공개 회동을 가진 데 대해 “그렇게라도 만나서 소통하는 건 좋은 일”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회동 사실이 알려진 전날 친박계 의원모임에서 자신에 대한 거친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권 내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데 대한 부담이 담겨 있는 언급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 주변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한 측근의원은 “자기들이 무슨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당원과 국민이 선택한 당 대표를 흔드는지 모르겠다”면서 “당장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계속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분간은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정면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대신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친박계를 직접 겨냥한 발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환골탈태해서 패거리 정치 하지 말고 너그러운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 그만 보고 국회의원들은 당 지도부 눈치 그만 봐야 한다”며 “이러다간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눈치당’이 되겠다”고 꼬집었다.
비박계 재선인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친박 핵심들만 불러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어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과) 편하게 얘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청와대와 적극적인 얘기들이 오가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일방통행인 박 대통령의 소통이 친박계와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친박계의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청와대 회동 멤버인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가 제시한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카드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김 대표 취임 이후의 당직 인선을 ‘자기사람 심기’로 규정한 뒤 “지금 청와대와 소통도 잘 안된다”며 당청 불통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최근 양측간 갈등이 본격화하는 데에는 예정에 없던 4월 재보선으로 인해 20대 총선을 겨냥한 정치일정이 빨라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초 하반기부터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여권 내 권력지도의 변화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얘기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양측이 기선제압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칫 갈등이 폭발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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