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외교적 고립, 경제, 인권 문제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북한 인권 문제도 부상했다.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는) 북한에는 커다란 충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존엄에 대한 공격이라 반발이 더 크다.”
외교안보부처 고위 당국자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새해 남북관계를 전망하면서 건넨 말이다. 평소라면, 외교안보부처 관료가 아니라면, 당연한 발언일 수 있다. 불문가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언시점을 감안하면, 매사에 신중을 거듭하는 외교관의 언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가 전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고, 30일에는 대화 수용을 기대하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공개 발언까지 나온 터였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화해무드를 조성해 가는 마당에 이 당국자는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외교안보 부처간 손발이 너무 맞지 않는다”, “외교안보 부처 간 시기 암투의 조짐이다”는 뒷말까지 나돌았다.
북한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남북관계를 틀어버린 전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남측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 말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북한 입장으로서는 또 다시 이 당국자의 언급을 문제 삼아 고개를 돌릴 수 있다. 앞으로는 ‘대화하자’며 손을 내밀고 뒤로는 대화 상대인 북한을 자극할 만한 말들을 흘리는 것 자체가 대화의 도리에 어긋난다.
외교안보당국간 엇박자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10월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 때도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방부의 설명이 서로 달라 혼란을 자초하며 북한에 끌려 다녔다. 외교부에선 남북대화 얘기가 나오면 “북한 핵,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무슨 남북관계 개선이냐”는 냉소 섞인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국가안보실을 장악한 군 출신 관료들도 다를 바 없다.
박근혜 정부 2년 남북관계는 꼬이기만 해왔다. 2015년을 맞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느껴지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안보당국의 인식은 안이해 보인다. 모든 정부 부처가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도 어려운 게 통일이다. 이러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외교안보부처 관료들에게 가로막혀 ‘쪽박’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