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 최대 항공시장 부상
승객 수 年 10억명씩 증가
베테랑 조종사 품귀현상 빚어
저가항공사들 신출내기 채용
위기대처ㆍ의사 소통 능력 부족
WSJ "유사 사고에 노출" 경고
162명을 태우고 추락한 에어아시아 QZ8501기 사고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 항공사의 안전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 항공 시장이 세계 항공업계의 노른자위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서구 언론에서 나온다. QZ8501기의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사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난이 아시아 지역 항공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제목으로 급성장세인 아시아 항공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다뤘다.
WSJ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 승객수는 최근 5년 동안 급증해 연 10억명에 이르렀다. 2011년 유럽과 북미 지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의 항공시장 비중은 33%다. 7,000대의 비행기가 이 지역을 날며 급증하고 있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아시아 항공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섬들이 많은 동남아의 항공 수요가 폭발적이다. 저가 항공사의 증가와 신규 노선의 증설로 편도 30달러에 택시 타듯 여객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늘고 있다. 시장 성장에 맞춰 에어아시아와 지역 경쟁사인 라이언에어가 주문한 항공기만 1,000대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여객기수는 2033년 1만2,635대에 이른다.
항공시장의 급성장은 조종사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랜 비행 경험을 지닌 조종사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태부족이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앞으로 20년 동안 21만6,000명의 조종사가 새로 필요하다. 2012년 기준 아시아 지역 조종사수는 약 5만명이었다.
아시아 항공사들이 고임금과 파격적인 근무조건을 내세워 비행경력이 많은 서구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으나 현실은 만만치는 않다. 저가항공사의 수익 구조상 베테랑 조종사들을 대거 채용하기엔 급여 지출에 한계가 있다. 저가항공사가 비행학교를 막 졸업한 서구 조종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서구 조종사를 데려와도 비행 경력을 쌓고 서구 대형 항공사로 옮기기 십상이다. QZ8501기의 프랑스인 조종사도 서구 항공사로의 이직을 꿈꿔왔다.
서구에서 온 신출내기 조종사들이 조종석에 앉으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년 가까운 비행 경력을 지닌 한 호주 비행사는 “동남아 항공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가항공사의 (안전 대처)능력에 의심이 간다”며 “자동항법 장치가 고장 났을 때 수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해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조종사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의사소통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영어에 능숙한 다국적 조종사들이라 해도 다급한 순간 발음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항공사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여객기의 추락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도 당국은 인도 조종사의 말을 못 알아들은 세르비아 출신 조종사의 실수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대만 에바항공의 경우 24개국 출신 다국적 조종사들이 여객기를 조종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