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차례 상에 지방을 붙이려니
무릎 꿇고 젖 먹던 어린 양들 떠오르네
낯선 나라 작은 마을 뷔르바하
언덕에 흩어져 풀 뜯던 양떼
양! 양! 우리말로 불러 보았지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은 양들
멀리서 바라본 지도 오래 되었네
지지난 세기 마지막 양 띠로 태어나
올해 백스무 살 되셨을 아버지
그 늙은 양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고희를 넘기고 지난해엔
젊은이들 떠나간 집에서
외로운 초헌관 되어
화이트와인 한 잔 제주로 올렸지
을미년 새 아침 올해는
아들 손녀 며느리 다 모여
조상님 영전에 절하고 음복하네
울부짖던 여우와 늑대들
검은 그림자 모두 사라지고
새해에는 착한 양떼가 온 세상
하얗게 퍼져가기 바라며
김광규
1941년 서울 생. 한양대 명예교수.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데뷔.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하루 또 하루’ 등. 오늘의작가상ㆍ녹원문학상ㆍ김수영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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