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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 온 세상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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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 온 세상 하얗게

입력
2014.12.3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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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차례 상에 지방을 붙이려니

무릎 꿇고 젖 먹던 어린 양들 떠오르네

낯선 나라 작은 마을 뷔르바하

언덕에 흩어져 풀 뜯던 양떼

양! 양! 우리말로 불러 보았지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은 양들

멀리서 바라본 지도 오래 되었네

지지난 세기 마지막 양 띠로 태어나

올해 백스무 살 되셨을 아버지

그 늙은 양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고희를 넘기고 지난해엔

젊은이들 떠나간 집에서

외로운 초헌관 되어

화이트와인 한 잔 제주로 올렸지

을미년 새 아침 올해는

아들 손녀 며느리 다 모여

조상님 영전에 절하고 음복하네

울부짖던 여우와 늑대들

검은 그림자 모두 사라지고

새해에는 착한 양떼가 온 세상

하얗게 퍼져가기 바라며

김광규

1941년 서울 생. 한양대 명예교수.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데뷔.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하루 또 하루’ 등. 오늘의작가상ㆍ녹원문학상ㆍ김수영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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