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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데 없는 이주 여성과 아이들, 우리가 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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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데 없는 이주 여성과 아이들, 우리가 품어야죠

입력
2014.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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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12칸 200명 생활공간 만들어... 부모 없는 아이들 그룹홈도 마련

"외국인 체류자 200만, 함께 가야죠"

3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개소를 앞두고 있는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에서 김해성 목사가 미혼모 가정에 필요한 기저귀, 배냇저고리 등 영ㆍ유아 제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3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개소를 앞두고 있는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에서 김해성 목사가 미혼모 가정에 필요한 기저귀, 배냇저고리 등 영ㆍ유아 제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3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연세 빌리지 건물. 최근 새 단장한 이 빌딩에서는 지구촌 사랑나눔 대표 김해성(53)목사가 개소를 앞두고 막바지 시설 점검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내달 14일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여는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800㎡ 규모다. 산모와 영아가 생활할 단칸방 12개,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갈 그룹홈 등 최대 20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당초 이달 초 개소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한파로 일부 난방설비가 동파하는 바람에 내달로 미뤄졌다.

김 목사가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를 구상하게 된 것은 약 1년 전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서 비롯됐다. 15살 된 중국 국적의 조선족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 뒤 원치 않은 아이를 낳게 됐는데, 이 아이를 맡아달라는 국내 한 미혼모센터의 부탁 전화였다. 한국 국적이 아닌 아이는 미혼모센터가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김 목사가 뒤늦게 나섰지만 소녀는 이미 아이를 두고 중국으로 떠난 뒤였다.

“이주여성 임산부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될 경우 도움을 받기 쉽지 않고, 심지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해결책으로 김 목사는 ‘베이비 박스’를 떠올렸지만 이번에는 입양아 단체의 반발에 부닥쳤다. 아이가 입양 후 30, 40년이 흘러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는데 자신에 대한 아무런 기록을 찾을 수 없다면 절망감이 크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엄마가 아이를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이주여성들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게 됐고, 주변 건물들을 물색해 건물 매입비 13억원에 3억원 가량의 리모델링까지 거쳐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다. 물론 이곳에는 이주여성 가정 뿐 아니라 난민 여성, 기혼모 가정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받아들일 예정이다. 이미 개소도 하기 전에 예닐곱 명의 어린이와 이주여성, 난민 지위의 모자가 입소 신청을 한 상태다.

이주여성 위기지원센터가 개소하면 이주 미혼모들의 양육지원은 물론, 산모들의 정기 검진, 생활 상담(15개국 통역) 등을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다. 또 김 목사가 현재 운영중인 어린이집, 학교, 쉼터 등과의 연계도 구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민들의 따뜻한 시선이다. 김 목사는 “합법ㆍ불법을 통틀어 외국인 체류자 200만 시대에 접어 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며 “함께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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