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는 2014년에도 여러 사건과 현상이 있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케이블과 종편이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 지상파를 압도한 것이다. 올해 방송계의 풍속도를 살펴본다.
아이와 외국인의 예능 접수
올해 지상파 3사의 예능을 살린 것은 아이들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로 시작한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으로 확산됐다. 연예인의 어린 아이들이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시청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윤후, 준수, 추사랑, 대한 민국 만세 등 아이들은 톱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외국인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과 헨리는 엉뚱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캐릭터로 재미를 주었다. 외국인의 매력은 JTBC ‘비정상회담’에서 정점을 찍었다. 장위안, 알베르토, 기욤, 타일러 등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12명은 뛰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MBC ‘헬로 이방인’, KBS ‘이웃집 찰스’ 등이 신설됐다.
“내일 봅시다”에서 “네 까짓 게”까지
드라마는 케이블과 종편이 두드러졌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tvN ‘미생’은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며 감동을 전하면서 8%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우리는 모두 미생”같은 대사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스무 살 차이 남녀의 불륜 드라마로 전락할 뻔했던 JTBC ‘밀회’는 세련된 영상미와 촌철살인의 대사가 돋보였다. 김희애의 “특급 칭찬이야”라는 대사를 유행시킨 이 드라마는 상류층의 모순된 삶을 그리며 5%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지상파는 평일 밤 드라마 시청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자 막장 코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KBS ‘왕가네 식구들’과 MBC ‘왔다 장보리’는 각각 40%, 30%라는 높은 시청률을 내고도 막장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청담동 스캔들’, MBC ‘압구정 백야’ 등 지상파의 아침 저녁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버러지 같은” “네 까짓 게” 등 자극적인 대사들이 나온다.
여행 콘텐츠의 선전
나영석 PD는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 이어 시골 여행을 모티프로 한 ‘삼시세끼’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삼시세끼’가 5% 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여행 콘셉트의 리얼리티가 성공 포인트라는 것을 말해준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KBS ‘해피선데이-1박2일’도 7년 장수 프로그램이 됐고 ‘일밤-아빠 어디가’와 SBS ‘정글의 법칙’도 여행이 중심인 예능 프로다. 이에 JTBC가 ‘예뻐질지도’와 ‘여우비행’ 시리즈를, MBC에브리원이 ‘로맨스의 일주일’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EBS ‘세계테마기행’과 ‘한국기행’도 꾸준히 사랑 받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특히 타 방송사의 저녁 드라마 시간대에 방영되는 ‘세계테마기행’은 시청률이 4%대까지 나오는 7년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국주, 조세호, 강남
올해 뜬 스타 중 상당수는 케이블과 종편에서 인기를 얻어 지상파로 진출했다. 이국주는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조세호는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와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입담을 과시하며 주목 받았다. tvN ‘더 지니어스’로 뜬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강남도 지상파로 진출해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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