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렸다. 분노는 한 순간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2007년 큰아들 압둘라 후세인자데를 잃은 이란 여인 사메레 알리네자드는 4월15일을 마냥 기다렸다. 18세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발랄 게이사리의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이슬람율법에 바탕을 둔 이란 형법에 따라 알리네자드는 희생자의 가족으로서 발랄의 사형을 집행할 권리를 지녔다. 올가미에 목이 매인 발랄이 올라선 의자를 걷어차기만 하면 7년의 응어리가 풀릴 참이었다.
사형 집행일 전 알리네자드의 집에 친척들이 몰렸다. 어느 누구도 화해, 용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둘째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큰아들까지 비명에 앞세운 알리네자드의 깊은 슬픔을 헤아렸다. 남편마저 사형집행권을 알리네자드에게 넘겼다.
날이 밝았다. 이란 북부 마잔다란주의 작은 마을 로얀의 공터로 사람들이 몰렸다. 발랄이 사형대에 올랐다. 올가미가 목에 씌어졌다. 알리네자드가 발랄 앞에 섰고 발랄은 최후의 말을 남기게 됐다. “자비를 베푸세요. 제 부모를 위해서라도…”알리네자드는 분기 어린 말로 되물었다. “넌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알리네자드는 발랄의 뺨을 때렸다.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발랄의 올가미를 풀어주라고 말했다. 남편은 말없이 따랐다. 구경꾼 일부는 박수를 쳤고 일부는 말을 잃었다. 알리네자드조차 예상 못한 용서였다. 이란 형법은 피해자 가족에게 사형 집행을 면해주는 권리도 부여하고 있다. 발랄의 형은 사형에서 12년형으로 바뀌었다.
사형집행일 10일 전 압둘라가 알리네자드를 찾아왔다. 꿈 속이었다. 선명한 형상의 아들이 “복수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압둘라는 축구코치인 아버지 지도로 살인자 발랄과 어린 시절 공을 함께 찬 사이다. 압둘라가 시비 끝에 발길질을 하자 발랄은 양말에 넣어둔 흉기를 휘둘렀다. 알리네자드는 꿈 속 아들의 요청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집행일 이틀 전 아들은 다시 찾아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리네자드는 “발랄의 뺨을 때린 뒤 내 마음 속에서 분노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고 영국 가디언에 밝혔다.
이란 형법은 피해자 가족이 살인범의 형을 면해주면 3만5,000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알리네자드는 배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대신 배상금이 자선활동이나 지역 축구 학교 시설 개선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가 겪은 비극이 다른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를 바랐다. “젊은이들이 밖을 나갈 때 칼을 소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누군가를 죽일 때 그 누군가의 부모도 함께 죽이는 것입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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