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KBS, 기간제법 시행 2년 뒤 계약직 근로자 해고는 부당”
KBS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 2년 뒤 계약직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간제법 시행 후 사용기간이 2년에 이르러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계약직 근로자가 해고 5년여 만에 해고 부당 판결을 받은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007년 2월부터 KBS와 연봉계약직 근로계약을 맺고 컴퓨터영상실에서 근무했던 왕모씨가 5개월 뒤 기간제법이 시행된 이후 2회 근로계약을 갱신한 뒤 해고되자 ‘회사가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려고 부당해고를 했다’며 낸 해고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KBS 연봉계약직 운영규정은 재계약 여부를 계약만료 시점에 정하되 2년 연속 평점이 70점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점 별 연봉조정률과 성과급 지급까지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 점, 이들이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정규직과 같이 수행해온 점, KBS가 이들과 비슷한 다른 연봉계약직 근로자와 반복해 근로계약을 갱신한 점 등에서 왕씨에게 정당한 근로계약 연장 기대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KBS의 다른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도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면서 연봉계약직 운영규정이나 본인의 의사와 달리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는 점, 기간제법 시행 전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의 연봉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한 점 등에서 왕씨를 포함한 연봉제 계약직 근로자들에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1, 2심은 “왕씨와 KBS가 작성한 근로계약서 및 KBS의 연봉계약직 운영기준에 근로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며,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퇴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점, 왕씨가 처음 KBS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2007년 2월 1일은 기간제법 시행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그 뒤 근로계약은 불과 2회 갱신 체결된 점 등에 비춰 왕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와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도 김모씨, 이모씨 등 2명이 KBS를 상대로 낸 유사 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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