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해소ㆍ청정 에너지 생산… 생태마을 조성까지 일석삼조
“환경을 보전하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댐 건설만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김경락(56ㆍ사진) 영양 구매댐 건설추진위원장은 일월산 서쪽 한 계곡에 수력발전을 겸한 소형 댐을 건설하면 청기면 일대의 만성적인 물 부족난을 해소할 수 있고 지역발전도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고 피력했다.
영양댐 건설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은 영양군에서 주민들이 앞장 서 댐 건설 추진에 나섰다. 경북 영양군 청기면 구매리 일대 주민들이다. 지난해 김경락 이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주민 설명회를 거쳐 군에 댐 건설 추진을 요청해 지난 6ㆍ4지방선거 군수 선거공약에 반영할 수 있었다.
이름은 ‘댐’이지만 수많은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환경파괴형 댐과는 거리가 멀다. 건설 추진 지역 안에 주택은 한 채도 없고 농경지도 거의 없는 산간 계곡이다. 예상되는 총 사업비도 60억 원 정도. 소수력발전소까지 갖춘 어엿한 ‘다목점’ 댐 형태다.
주민들은 예산문제로 당장은 어렵더라도 2016년엔 착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녕 김씨(金寧金氏) 집성촌인 이 마을은 안동시 임동면 예안면과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암반층에 표토층이 얕아 주민들은 고추 담배 등 밭농사를 주로 짓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지난해 영양댐 건설을 반대하며 지자체 관계자와 경찰 등과 몸싸움을 벌여 10명의 주민이 벌금형 내지 징역형을 선고 받은 수비면 송하리 일대와는 군청을 가운데 두고 정 반대쪽에 있는 마을이다.
김씨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여의치 않아 1994년 귀향,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양봉업에 도전해 벌통을 500개까지 늘리는 등 억대 소득의 부농 반열에 올랐다. 그는 “개인적으로 나름 안정을 되찾았지만, 평생 논 농사 한번 지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마을 어르신들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며 “수 백 년이나 내려온 우리 마을의 한을 푸는 길은 댐 건설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며 오죽하면 남들 다 마다하는 댐 건설에 나섰겠느냐며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지 편입 등과 관련해 반대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주변의 풍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농업용수 공급과 발전은 물론 생태관광지로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리는 1914년 행정 구역 개편으로 여미동 발매동 구통동이 합쳐져 청초면에서 청기면으로 편입됏다. 괴정재(槐井齋)와 산옹초려(山翁草廬), 초계정(蕉溪亭), 구산정(九山亭)이라는 4개 정자가 있을 정도로 산수가 빼어나다.
권정식기자 kwonjs5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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