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에 조직적 보험사기도
중소기업 사장 김모(32)씨는 지난해 직원에게 퇴직 후 퇴직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험이라고 속여 종신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보험금 수령인은 회사 앞으로 했다. 사업이 어려워지자 김씨는 지난해 이 직원을 물품창고로 유인해 둔기로 뒤통수를 내리쳐 살해한 뒤 보험금 총액 26억9,000만원을 챙기려다 경찰 조사에서 적발돼 올 초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갑을 관계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보험금을 챙기는 신종 수법으로 보험사기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보험사기 중요판결 70건을 선별해 보험범죄 형사판례집을 발간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보다 올해 갑을 관계를 악용한 신종 보험사기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돈을 빌려준 여자종업원 B씨가 돈을 갚지 않자 보험사기를 쳐서라도 돈을 갚으라고 종용했다. B씨는 하는 수 없이 A씨의 차를 일부러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A씨는 수리비와 병원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2,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종신보험과 상해보험 등 여러 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채무자를 살해하고 보험금 4억3,000만원을 챙기려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해로 보험사기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니 최근에는 갑을 관계를 악용해 보험사기에 가담시키기까지 한다”며 “피해자나 공모자가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 보험사기보다 적발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밖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조직적인 보험사기도 신종 수법으로 등장했다. 자동차 공업사 사장은 중고 차량을 빌려주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해 중고 차량들을 확보한 뒤 마치 교통사고로 파손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 9,400만원을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또 한 병원 홍보과장은 의료 실비보험에 가입한 환자 40명의 명의를 이용해 이들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 2,4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력범죄가 아니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악질적인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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