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여러모로 글로벌 경제의 일대 전환기가 될 가능성이 큰 해다. 기존 거대 경제권들의 상반된 경기흐름과 맞물려 신흥국들은 다시 한번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설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어떤 대내외 위협을 헤쳐나가야 할지, 국내외 금리의 향방과 성장ㆍ물가 전망, 부동산 시장 판세 등 주요 궁금증을 학계ㆍ경제연구소ㆍ시장 전문가 20명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내외 리스크]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한해 농사를 결정지을 결정적인 변수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시기와 강도에 따라 전세계적인 자금이동과 경기변동이 불가피한 상황. 우리 역시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해일이다.
실제 올 한 해 우리 경제가 마주할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전문가들이 지목한 22개의 답변(일부 복수응답 포함) 중 절반(10명ㆍ45.5%) 가까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쏠렸다. “경기 회복세가 느린 유럽, 일본, 중국에 타격을 주고 신흥국에는 자본유출 위기를 불러와 결국 세계경제 전체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 것”(장하성 고려대 교수)이란 이유에서다.
우리와 이웃한 중국과 일본 경제의 향방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특히 우리 경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의 경기둔화는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 6명(27.3%)의 전문가가 이에 동의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국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가라앉을 경우 탈출구가 없다”고 우려했다.
우리와 수출 주력상품 대부분이 겹치는 일본의 엔저 공세(4명ㆍ18.2%)도 우리로선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위험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 금리인상은 엔저를 심화시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우리 경제를 짓누른 소비침체와 가계부채 위험이 올해 더욱 무게를 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26개 답변(일부 복수응답 포함) 중 절대다수가 소비둔화 지속(10명ㆍ38.5%)과 가계부채 급증(9명ㆍ34.7%)을 지목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 부족과 노후안전망 미비 상황에서 생계형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결국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마지막엔 부동산가격 폭락까지 이어지는 장기침체 국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성장률 및 물가]
수많은 대내외 리스크가 말해주듯 올해 한국경제는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의 막대한 돈 풀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경제 상황은 올해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시적인 저성장-저물가 구도를 넘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끊이질 않는다.
설문 결과도 잿빛 투성이다. 경제 전문가 20명 중 작년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 나빠질 거라고 답한 이들이 6명이나 됐다. 심지어 큰 폭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도 3명이었다. 작년보다 높아질 거라는 응답자가 단 2명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8%로 작년(3.4%)보다 높아질 거라는 정부 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다소 오를 것이라고 본 경우에는 “상반기 주요국 유동성 확대로 위험자산 선호 확대 및 경기 반등이 기대된다“(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는 견해를 내놓았다.
올해 물가는 적어도 지표 상으로는 작년보다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담뱃값 2,000원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탓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효과(0.6%포인트)를 배제하는 경우 올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과 비슷한 1%대 초반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물가 전망 설문에서 ‘담뱃값 인상 제외 시 작년보다 다소 낮아질 것’(6명)이라는 답변과 ‘다소 높아질 것’(5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시작된 만성적인 수요 부족”을,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소비 위축과 유가 하락”을 저물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도 우리 경제를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무겁게 짓누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한국 금리 향방]
‘나 홀로 잘 나가는’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 복잡한 함수다. 무엇보다 올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그 시기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절차가 앞으로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시작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FOMC 회의가 1, 3, 4월에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1분기에는 금리 인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3분의 1 이상(35%ㆍ7명)이 2분기 인상을 예측했다. 만약 2분기 인상이라면 4월보다는 그 다음 6월 회의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3분기와 4분기를 점치는 답변도 각각 25%(5명)였다. 올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0%(2명)에 불과했다.
더 큰 관심은 국내 기준금리다.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작년에 이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 전문가들의 ‘견해’가 아닌 ‘전망’은 추가 인하 쪽에 기울어있다. 20명 중 15명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 경기 모멘텀 약화에 따른 전통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한 차례 정도 인하 실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인하 시기는 2월을 꼽은 이들이 40%(6명)로 가장 많았지만 당장 1월에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26.7%(4명)나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효과가 미미할 것’(35%ㆍ7명)이라거나 ‘효과 거의 없을 것’(25%ㆍ5명)이라는 의견이 ‘다소 도움될 것’(40%ㆍ8명)이라는 견해보다 우세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투자와 소비의 부진은 고령화 등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지 비용을 낮춘다고 해결되는 성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부동산시장]
경기 상황이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시장 역시 지난해 하반기 ‘반짝 호조’를 보이는데 그쳤다. 살아나는 듯했던 매매시장은 다시 주춤해졌고, 치솟는 전셋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규제완화 정책들이 약효를 잃고 있고, 정부가 강하게 집착했던 부동산3법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했지만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전문가 20명 설문에서도 13명이 ‘거래가 다소 줄어들거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 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매매가격에 대해서도 동일한 진단을 내놓았다.
반면 전세가격에 대해서는 정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올해 전세가격이 작년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14명으로 70%에 달했다. ‘크게 오를 것’이라는 답변도 3명이나 됐다. 매매시장은 위축되고 전세시장만 불붙는 양상이 작년보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1분기까지는 다소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는 불투명하다”며 “매매 쪽은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수도 있겠지만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전세시장은 급격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인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등 부동산 경기를 견인할 만한 동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수요 둔화가 풀리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교수도 “최경환 경제팀의 부양정책이 효과를 잃고 있으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 부동산 시장만 따로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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