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선수단에 쓴소리... 볼 점유하는 주도적 플레이 주문
“전술 이전에 정신력이다.”
2015 아시안컵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60)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29일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 훈련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축구에 대한 생각, 접근법,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일갈했다. 그는 “누구를 원톱 공격수로 쓰느냐, 득점을 어떻게 이루느냐 등의 전술적인 문제를 논하기 전에 미리 해결해야 할 원리적인 문제가 바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한국 사령탑에 선임된 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A(대한축구협회)컵, 대학 리그 등을 찾아 경기를 관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특정 선수에 대한 정보를 주지 말라”고 당부할 만큼 백지 상태에서 개별 선수에 대한 평가에 들어갔다. 하지만 선수들의 자세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다들 온통 수비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볼을 점유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의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대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적인 자세를 선수 개개인에게 주입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때 선수들뿐만 아니라 팀도 색깔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쓴 소리 뒤에는 칭찬도 뒤따랐다. 선수들이 이제는 사령탑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경기인 지난달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나타난 결과를 상당히 고무적으로 여기고 있다. 패스, 슈팅, 드리블, 스로인 등 모든 플레이를 집계해 얼마나 능동적으로 뛰었는지를 알 수 있는 ‘플레이 액션’이 2경기에서 모두 1,000개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때와는 분명 많이 달랐다. 선수들의 주도적, 능동적 자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수치가 승리와 같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 축구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선수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은 “이제는 누구나 전투적 플레이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했다. 공격수 남태희(레퀴야)도 “공격에 들어가면 무조건 슈팅까지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며 예전과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감독님이 늘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하신다. 섬세한 빌드업(공을 전방으로 옮겨가는 플레이)을 자주 요구하신다”고 설명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A조에 편성돼 오만, 쿠웨이트, 호주와 조별리그에서 차례로 붙는다. 1차전은 내달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에 열리는 오만전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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