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 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식자층이나 권위가 있는 듯 보이려는 사람들은 “suffice it to say”라는 어구를 즐겨 사용한다. 그들이 이 표현을 쓰는 것은 가정법의 묘미가 살아 있고 점잖게 보이기 때문이다. “Suffice it to say that this is not suitable for our project”라는 문장에서 첫 부분 “suffice it to say”는 13세기부터 쓰였다. 단어만 놓고 보면 ‘suffice’는 ‘충분하다’는 뜻이고 이 어구는 “~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라고 말해 둡시다(let us just say)”. “~라고 말하겠다(I shall just say)”, “~하다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 어구 다음에 comma(,)를 치거나 접속사 that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comma나 that을 쓰지 않는다. 가끔 원어민조차 “Suffice to say”로 말하는데 이는 비문법적이기 때문에 되도록 “It suffices to say ~”나 “Suffice it to say ~” 식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Suffice의 Latin 어원 sufficere는 ‘충분한’이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이 단어를 수용한 것은 1325년이지만 활발하게 사용한 것은 16세기다. 19세기에 이르면 “A little bit of food would suffice to feed them”처럼 기본 뜻인 ‘충분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Oxford 사전은 “It suffices to say ~”도 사용되지만 일종의 가정법 형태 문장인 “Suffice it to say”가 현대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고 설명한다. “I say you leave now”는 명령처럼 들리지만 “I should say you leave now”는 “지금 떠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는 뜻의 가정법적인 의미의 표현이 된다. 이는 “suffice it to say”도 마찬가지다.
현대영어에는 유사한 예가 많다. “If you choose to walk, so be it(걸어가고자 한다면 좋을 대로 하라)”처럼 ‘so be it’도 가정법의 변형으로 쓰이는 것이고 “come what may(무슨 일이 일어나도)” “Heaven help us’(하늘이 도우사)” “Long live the King(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 “God be with you(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the powers that be(당국자)” 같은 문장 역시 가정법의 잔재가 남아있는 예다. 가정법의 변형 어구는 표현의 묘미와 그 효과 때문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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