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목적지 공개’ 명령에 음주운전 등 부작용 빈발
“대리운전을 불러도 안 와 할 수 없이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사권익 보호차원에서 ‘목적지 공개’를 강제하자 대리운전 이용에 불만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부산지역 일부 대리운전 업체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 1일 “대리기사들에게 출발지, 도착지 등을 공개하고, 선별적으로 대리운전 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지 공개’를 시행하라”는 공문을 업체에 발송했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공정위의 ‘목적지 공개’ 지시에 따르면서 음주에 따른 대리운전 이용자 및 대리운전기사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우선 대리운전 비선호지역에 사는 대리운전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다대포나 재송동 등 대리운전을 수행하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콜이 거의 없는 지역의 경우 콜을 받지 않으면서 기다리다 못해 부득이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까지 빈발하고 있다.
부산 다대동 L아파트에 사는 최모(50)씨는 “업무 특성상 술자리가 잦아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횟수가 많은데 최근 들어 대리운전을 불러도 안 와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잦다”며 대책을 하소연했다.
이모(40)씨도 “집이 해운대 재송동인데 대리운전을 불러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웃돈
을 주거나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리운전업체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호 지역’으로 많은 대리
기사들이 몰리면서 기피지역은 콜에 잘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 대리업체 기사 김모(46)씨는 “나오기 힘든 지역들은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아 기사들이 피할 수 밖에 없어 목적지를 보고 골라서 받는 선택적 수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입도 예전만 못한 형편이다.
대리운전 기사 이모(42)씨는 “선호 지역만 서로 가려 하니 기사들 숫자는 많고 콜을 받는 것은 쉽지가 않아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부산지역 모 대리업체의 경우 더욱 큰 직격탄을 맞고 있다.
T사 측은 “대리기사들의 특정지역 기피로 고객들로부터 ‘대리운전해서 돈을 벌어 배가 불러서 서비스가 나빠졌다. 이제는 끓어버리겠다’는 등의 오해와 원성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리기사 도착시간 지연 및 대리거부 등으로 취소율 증가는 물론 고객 이탈, 회사 이미지 추락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대리운전 이용자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만 하루 7~8만명에 달하는 등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현실을 감안할 때 공정위는 대리운전을 업체와 대리기사 간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되고, 시민의 불편과 안전을 우선하는 깊은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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