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사는 김모 씨는 구청으로부터 변상금 부과 통지서를 받았다. 소유 건물의 일부가 도로를 점유했고, 이에 따른 변상금이 2,000만원이라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40년 동안 위반 사실에 대해 들은 바도, 아는 바도 없었다는 사실이 김씨를 더욱 억울하게 했다.
김씨는 한달음에 구청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실정법상 국ㆍ공유재산을 허가 없이 점유하는 경우는 고의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변상금을 부과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김씨는 도로를 점용한 자신의 건물 일부를 스스로 부수지 않는 이상 변상금을 내고 앞으로도 매년 사용료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구청은 구청대로 “변상금 부과 업무가 지자체에 위임됐지만 재량의 여지가 없다”며 김씨에게 하소연 하는 상황이다. 국가와 광역단체(서울시)가 지자체에 국공유재산 관리를 위임했지만 지자체가 변상금 부과에 소홀할 경우 감사를 통해 문책하기 때문에 주민 부담을 알면서도 변상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왜 발생했을까. 올해 송정동 일대에서는 지적 재조사가 진행됐다. 이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종이로 만든 지적도와 현 토지현황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첨단 GPS측량법으로 바로잡는 국책사업이다. 정확한 경계측량으로 측량문제를 해결해 토지의 효율적 관리와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한다는 취지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김씨와 같이 예전에는 육안으로 확인키 어려웠던 토지 경계가 정밀한 첨단 측량기술에 의해 무단점유지로 밝혀지면서 엉뚱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물론, 일부 조치가 일부 마련되기는 했다. 올해 7월 도로법이 개정되면서 “점유자의 고의ㆍ과실이 아닌 경우 변상금을 징수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명확히 했다. 고의ㆍ과실이 아님을 입증하게 되면 허가를 받은 뒤 점용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구제책도 마련했다. 만약 김씨의 땅이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도로이고 도로점용에 고의·과실이 없다고 입증되면 변상금은 부과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통일성 없는 법 개정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도로’와 실정법상‘도로’의 차이가 그것이다. 행정재산 중 도로는 통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라 도로의 형태를 갖추되 도로법에 따라 노선의 지정이나 인정 공고, 결정 고시가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보기에는 같은 도로인데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도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도로도 있다는 뜻이다.
다 같은 도로인데 저마다 적용되는 법이 다른 상황을 주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김씨와 같이 도로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국유재산법이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물법)을 적용 받는다. 문제는 아직 국유재산법이나 공물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어 김씨와 같은 도로점용자에게는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로에 적용되는 세 가지 법과 각기 다른 규정, 고의ㆍ과실에 대한 불명확함으로 주민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성동구는 최근 법 제정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주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공식 질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일면 국공유 재산을 보호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 부담을 알면서도 법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는 행정 기관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한다. 도로법이 첫발을 내디딘 만큼 국유재산법과 공물법에도 같은 취지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법 규정의 명확성을 담아 효율적인 국공유 재산 관리와 함께 주민의 부담은 덜고 권리는 지키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세워지길 바란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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