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어제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통해 체육계 비리를 조사한 결과와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비리 제보를 직접 접수한 결과 현재까지 269건이 접수돼 118건이 종결됐다고 했다. 정부가 규정한 스포츠4대악은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폭력ㆍ성폭력이다. 합동수사반은 “관련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1,000개에 가까운 금융계좌의 40만 건 이상의 거래내역을 분석해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 원 규모의 횡령과 불법자금세탁 등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종결 118건 중 검찰에 송치한 것이 2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한 것이 2건에 불과하다. 1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밝혀낸 결과치고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이와 같은 활동 및 이를 통한 제도개선을 도출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시도한 적이 없는 일”이라며 “스포츠 비리 척결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보잘것없는 업적을 자랑하는 것이나 역대 정부를 싸잡아 무능하게 몰아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의 말대로라면 역대 정권에서 문체부는 스포츠비리 척결을 위한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또 개선방안으로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을 위해 4가지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체육 비리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제도화하고, 체육단체 재정을 투명화하는 한편, 학교 운동부의 음성적 비용구조를 양성화하고, 전담 수사기구의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실천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불신은 그 동안 문체부가 보여준 인사난맥상 때문이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정윤회씨와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차관은 정씨 개입으로 문체부 국ㆍ과장이 경질됐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성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인사개입 창구로 거론된 바 있다. 김 차관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유 전 장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전 법적절차를 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개인을 둘러싼 의혹 소명보다 문체부 전체 차원에서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사안은 개인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 대통령과 전ㆍ현직 장ㆍ차관이 연루된 사안이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문체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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