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불법 체험교육시설서 교사가 각목으로 수차례 폭행
"밀치며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 1차 검안서 뇌출혈 증상 의심
경찰, 교사 긴급체포… 영장 방침
전남 여수의 한 무허가 불법 체험교육 시설에서 초등학생이 체벌을 당한 뒤 하루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에서 교사 1명을 긴급 체포해 체벌과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그 동안 체험시설 이용 학생과 교육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교육 당국은 비인가 교육시설 난립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6일 전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생태예술체험장의 조립식 컨테이너 숙소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한모(12)양이 숨져 있는 것을 시설 관계자 황모(41ㆍ여)씨가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소방관이 출동했을 때 한양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황씨가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오전 3~7시 사이에 한 양의 허벅지 등을 각목으로 수차례 폭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황씨는 경찰에서 “딸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받고 한 양을 훈육하던 중 엉덩이 등을 몇 차례 때렸다”며 “한 양을 밀치는 과정에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출동 당시 한 양의 부모는 황씨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차 검안에서 한 양은 엉덩이와 허벅지에 멍 자국이 발견됐으며 뇌출혈 증상이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한 양이 체벌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찧어 뇌진탕을 일으켰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시설은 황씨의 남편 허모(52)씨가 2006년 5월 설립했고, ‘자연에서의 치료, 텃밭가꾸기’ 등 대안학교 형식의 체험 프로그램을 부부가 함께 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여수시 돌산읍에서 시설을 운영하다 한달 전 화양면 용주리의 한 카페 건물을 보수해 시설을 옮겼다.
비인가 시설임에도 ‘유목형 대안 배움터’를 표방하며 ‘학교’ 명칭을 사용한 이 시설은 사물놀이와 예절ㆍ인성ㆍ생태ㆍ놀이 체험 등 프로그램을 평일 방과 후와 주말에 초등생과 학부모 10여명을 대상으로 운영해왔다. 교육철학과 생각이 비슷한 학부모들끼리 소규모로 모여 프로그램 운영에도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씨 부부가 정규 교사 자격증 없이 교육청 허가도 받지 않고, 대안학교 등으로 시설을 불법 운영한 것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숨진 한 양은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등학교 4학년인 2012년 3월부터 이 시설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경찰은 황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해 체벌 경위, 시설 운영 실태 등을 파악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전남도교육청도 사고 현장에 직원을 급파해 시설의 성격과 프로그램 내용, 참여 학생, 추가 체벌 여부 등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여수=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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