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7세 대졸 흑인 12.4% 달해 백인 대졸자보다 7.5%p나 높아
미국 애틀랜타주의 모어하우스대학을 올 봄 졸업한 흑인 크리스 브로우튼(22)은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시스템스에서 인턴생활을 했으나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70군데 이상에 이력서를 보낸 끝에 지난 10월 지역 부동산중개회사에 겨우 입사했다. 브로우튼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의 또래 중 대학을 졸업하고도 정규직을 얻지 못해 시급을 받으며 불안하게 허드렛일을 하는 흑인 청년들이 허다하다.
미국의 정치가와 경제학자 등이 ‘아무리 돈이 들어도 대학은 다닐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아 강조해도 흑인들은 예외다. 백인 대학 졸업자들보다 흑인 대졸자들의 취업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2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센터 조사 등을 인용해 경제 불황을 거치며 흑인 대졸자들이 백인보다 더 취업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22~27세 흑인 대졸자의 실업률은 12.4%로 백인 대졸자(4.9%)보다 7.5%포인트나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22~27세 흑인 대졸자의 실업률은 4.6%로 백인 대졸자(3.2%)와 큰 차이가 없었다. 불황의 어둠이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짙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졸자들은 고졸이하 학력 소유자보다 실업의 고통을 덜 받는다. 지난 11월 미국 대졸자의 실업률이 3.2%이었던 반면 고졸자는 5.6%, 고졸 미만은 8.5%의 실업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수치는 22~27세 흑인 대졸자의 실업률이 전체 고졸 미만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불황기에는 백인보다 흑인이 더 고통 받았으나 최근의 경향은 보다 극단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나이가 들수록 흑인 대졸자와 백인 대졸자의 실업률 격차는 줄어든다. 지난해 전체 백인 대졸자의 실업률은 3.5%였고 흑인 대졸자는 5.7%였다. 하지만 흑인 대졸자가 정규직을 얻는 시기가 늦춰질수록 평생 동안의 급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듀크대학의 경제학 교수 윌리엄 대러티 주니어는 “대학 교육을 받은 흑인이 다른 흑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위치에 있기 마련이나 대학 교육이 인종적 격차를 줄이는지는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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