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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에게 물었다- ②남북한 취업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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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에게 물었다- ②남북한 취업의 온도차

입력
2014.1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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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67년, 남북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 청년 5명을 만나 북한에서의 생활을 물어보고, 그들이 느끼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2회에 걸쳐 '연애'와 '취업'을 주제로 남북한 온도차를 살펴 본다. -편집자주-

● '탈북청년에게 물었다' 시리즈 더 보기 ▶ ①남북한 연애의 온도차

4년 전 남한으로 온 탈북 대학생 박준영(24ㆍ가명)씨는 최근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사실 박씨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다. 남한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어 윤택한 삶을 사는 꿈을 꿨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고졸인 박씨가 얻은 일자리는 백화점 바닥 청소, 피자 배달, 박스 포장 등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었다. 박씨는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북한에선 직업을 당에서 정해주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데 남한에선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야 하니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먹고 사는 일이다. 취업 한파가 워낙 거센 탓이다. 탈북 청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남북 문화장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대체 북한의 취업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 취업 스트레스

기태(24ㆍ가명): “북한에는 '청년실업'이라는 단어가 없어요. 남한 친구들처럼 직장을 얻지 못할 까봐 전전긍긍하진 않지만, 원하는 직업을 얻는 것도 힘들죠. 소학교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국가(당)에서 진로를 정해줘요. 공부를 잘하거나 집안이 좋은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 좀 더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얻겠지만, 남은 친구들은 당의 결정에 따라 군대를 가거나 직장을 배정받아요.”

준영(24ㆍ가명): “남한의 중고생들은 대학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큰데, 북한에선 고등중학교 시절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남한처럼 개인의 노력이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당에서 제 직종을 광부로 결정하면, 탄광기능공학교에 입교해 전문 교육을 받죠. 그곳에선 석탄을 채굴 법, 발파하는 법, 드릴로 구멍 뚫는 법 같은 세세한 지식을 기초부터 배워요.”

민철(30ㆍ가명): “사실 국가에서도 직업을 아무렇게나 정해주는 건 아니에요. 남한처럼 성적도 보고 학급 간부 활동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죠. 학급에서 분단장이나 사상, 위생, 문화 담당 위원을 맡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당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직장이 달라지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

● 취업 스펙

준영: “북한에서는 영어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영어의 기본만 다지죠. 남한은 모국어 만큼 영어를 중요하게 여겨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전 회령시에서 매년 열리는 ‘7ㆍ15 영어학과 경연 대회’에 대표로 나갈 정도로 영어 실력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 토익시험을 보니까 370점 정도 나오더라고요. 하하.”

민철: “영어보다 더 중요한 스펙은 당 참여활동이죠. 북한 학교에는 당조직, 청년동맹조직, 직업동맹조직, 여성동맹조직 등 4개의 조직이 있어요. 매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참여 활동을 해요. 예를 들면 저는 청년동맹조직의 조직장을 맡았는데, 요일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미래성 학습회나 조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특강, 북한 지도자의 젊은 시절을 보고 배우는 학습회 등을 열죠.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니 일종의 스펙을 갖춘 셈이죠.”

기태: “북한의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학교 활동에 충실합니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선 당연히 시험을 잘 봐야 하죠. ‘지성(지적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지만, 평가 방법은 남한과 많이 달라요. 예를 들어 ‘서술형 시험’을 볼 때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교시를 잘 인용해서 쓰는지가 점수의 기준이 돼요. 좋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직장에 갈 수 있으니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명언 108가지’와 같은 책을 열심히 보죠.”

● 선호하는 직장

민수(23ㆍ가명): “북한에서는 어릴 때부터 '보위원'이나 '안전원'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남한의 '검찰'과 같은데,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직업이죠. 주민들도 이들을 우러러봐요. 보위원이나 안전원들이 순찰을 돌면 주민들이 '고양이(CRAVEN)'나 '금수강산' 같은 담배를 챙겨주기도 하고. 하하.”

상구(27ㆍ가명): “보위원이나 안전원만큼 인기가 좋은 직업은 군인이에요. 반 친구들 중, 10명에 9명은 군대를 가요. 의무복무기간이 10년이니까 군대가 직장이나 다름없죠. '군대 3년만 잘 버티면 7,8년은 쉽게 지나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해안, 접근 경비대, 공군, 해군, 특수부대는 부대시설도 좋고, 식사도 잘 나와서 다들 가고 싶어하는 곳이에요.”

준영: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갈 때 상업적인 작업장에 배치되는 걸 좋아해요. ‘식료품 공장’은 인기 있는 곳이죠. 이곳에 취업하면 먹을 것을 얻기 쉽거든요. 예를 들어 된장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재료로 사용하는 소금이나 콩 같은 것을 조금씩 떼주기도 하죠.”

● 직장생활

민철: “선호하는 직장이 있는 것처럼, 기피하는 직장도 있어요. 북한에도 탄광은 환기시설이 부족하고 일이 고되니까 기피하는 직장이죠. 열아홉 살 때부터 4년간 함경북도 회령 지역 탄광에서 일을 했는데, '찔통'이라고 불리는 쇠로 만든 가방을 매고 석탄과 흙을 매일 200회씩 날랐죠.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매일 정해진 작업량을 채워야 하죠.”

민수: “직업이 있어도 부업을 많이 해요. 어릴 때 학교에 가도 선생님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선생님이 식량을 얻기 위해 개인별 '소토지(뙈기밭)'을 개간하러 간 거에요. 배급 만으로는 식량이 풍족하지 않으니까 부업을 하는 거죠.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키우는데 꽤 많은 양을 수확해요.”

상구: “남한에 처음 왔을 때 회사 빌딩에 늦은 시간까지 불이 들어와 있어서 놀랐어요. 북한은 야근이 없거든요. 북한은 일터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보통 여름에는 오전 8시 출근 오후 7시 퇴근, 겨울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죠. 겨울은 아무래도 날씨가 추우니까 여름보다는 일을 덜 해요.”

● 취업의 온도차, 어떻게 극복할까

탈북 청년들이 느끼는 남북의 취업과 직장생활의 문화 차이는 확연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탈북 청년들은 남한의 여느 젊은이들처럼 취업 관문을 통과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탈북 청년에 대한 남한 사회의 그릇된 고정관념은 높은 벽이다. 최경일 함께하는 재단 탈북민취업센터장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채용에 탈락한 친구들이 고민을 상담하는 일이 잦다"면서 "기업들이 탈북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으니, 이력서에 탈북 사실을 기재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남북의 교육과정이 다른 만큼 탈북 청년들에게 직업 교육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선천적으로 업무 능력이 뒤처지는 건 아니다”면서 "기업들이 사전 인턴제를 통해 업무·학습 능력을 선입견 없이 판단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강병조 인턴기자 (한성대 영문학과4)

이영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법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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