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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4.12.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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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몸이 바쁜 달이다. 학생들은 그토록 바라던 방학을 맞이하기 위해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직장인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들은 김장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고 마트에서는 연말 특수를 겨냥한 듯 신제품 홍보에 여념이 없다. 길을 거닐다 보면 바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새해의 복을 비는 문자가 날아들면 몸만 아니라 마음 또한 덩달아 바빠진다. 가까운 누군가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 인사를 얼굴 보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송년회일 것이다. 소중한 이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올 한 해도 네 덕분에 즐거웠다!” 말하고 난 뒤 온몸이 오그라들지 않을 수 있게 말이다. 12월 초, 대학교 동기로부터 망년회를 하자는 문자를 받았다.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망년회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는 대중매체의 캠페인이 있은 후로 실로 오랜만에 들은 말이었다. 실제로 내가 어렸을 적에는 송년회(送年會)라는 말보다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이 더 자주 쓰였다. 망년회의 뜻을 풀면,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기 위해 갖는 모임이라는 말이다. 그 뜻을 떠올리자 문득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올해만큼은 절대 괴로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은 내년에도 온다. 4월 16일은 언제라도 올 수 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차마 보내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 저 차디찬 바닷속에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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