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업무용 토지' 환류세제상 투자 인정
정부가 업무용 건물을 짓기 위한 토지 매입을 기업소득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이 투자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투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배당 증대 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6면
기획재정부는 25일 세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기업의 당기 소득 중 80%를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출연금으로 쓰지 않으면 그 차액의 10%를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의 범위에는 업무용 건물 신ㆍ증축을 위한 부지 매입과 업무용 건물 신ㆍ증축 건설비가 포함됐다. 다만 기재부는 업무용 건물을 ‘공장, 사업장 등’이라고만 규정했다. 무엇을 ‘업무용’으로 볼 지에 대한 정확한 판정 기준은 내년 2월에 발표할 시행규칙에 담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부지에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건물을 지을 경우 환류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된다. 기업 분석업체인 CEO스코어가 이날 확정된 시행령에 따른 상위 10대 그룹의 세부담 규모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이 부담하는 환류세액은 5,546억여원(현대차 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한전부지 매매대금(10조5,500억원)이 전액 투자로 인정되면 환류세 부담은 크게 준다. 앞서 현대차는 매매대금 중 55%(5조8,025억원)를 부담키로 했는데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8조9,935억원)의 80%인 7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차액인 1조4,000억원만 임금 상승이나 배당에 쓰면 환류세를 한 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올해 배당액을 지난해(5,334억원)보다 30~50% 정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대금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투자 비용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한전 부지에 통합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예정이라 최소 일부라도 사업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련 건설비용도 매년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한 부지에 여러 종류가 들어갈 수 있어서 그런 점을 고려해 시행규칙에서 구체적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총 3,799억원의 세금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10대 그룹 전체가 물어야 할 환류세 부담을 1조8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해 배당을 작년보다 30~50% 늘리기로 하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해 주요 기업들이 배당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어서 그만큼 세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기재부는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세법상 과세 표준인 당기소득을 적용하는 경우 기업들의 실제 세부담은 이보다 적을 거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700여개 기업이 1조원 미만의 환류세를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년 1월1일부터 종교인소득을 과세하기로 한 소득세법 시행령의 시행은 1년간 유예됐고, 주식 파생상품의 양도소득세율은 10%로 정해졌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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