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항교까지 5개 교량 24시간 감시, 수십 미터 상판 위 올라가 안전점검
허공에 매달려 타박상 달고 살아 "작은 이상징후도 안 놓치는 게 중요"
거리에선 캐롤이 울려 퍼진 성탄절 날, 남해 삼천포대교 위엔 귓볼을 베어낼 듯 날카로운 바람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 매서운 겨울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교량의 주탑과 난간 위에 매달려 연말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다리에 이상이 있을까 점검 또 점검에 나서는 한국시설공단 삼천포대교 관리사무소 소속 7인의 안전파수꾼들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 여기고, 하루 24시간 5개나 되는 바다 위 교량에 감시의 촉수를 곤두세운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첫 승전한 사천해전 전적지인 경남 사천시 삼천포 앞바다에는 올망졸망한 많은 섬들 사이로 각기 다른 모양의 5개 다리들이 저마다의 아름답고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금문교’로 불리는 삼천포대교를 시작으로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 등이 3.4㎞에 걸쳐 경남 사천시와 남해군의 육지와 섬을 잇는다.
인근 주민은 물론 남해의 절경을 찾는 관광객들로 이들 다리의 교통량은 적지 않다. 각각 아치교, 사장교 등 특색 있는 모양으로 인해 ‘다리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장관을 자랑하고 있어 다리만을 보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
삼천포대교 관리사무소는 이들 교량의 통합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사령탑이다. 7명의 직원들은 토목공학, 전기계측 등 시설물안전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는 다리의 겉모양만 보고 이상유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첨단장비를 동원해 통합 계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숙련된 인력들로 지속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해 조그마한 이상 징후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해성(55) 삼천포대교 관리사무소장의 말처럼 바다 위에 놓인 거대한 다리를 관리하는데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다리 내부와 외부 곳곳에 계측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통합관리시스템에 연결해 교량에 대한 데이터를 시시각각 취합한다. 또 각종 측정장치를 동원해 각 부위의 강도와 내구성을 평가하고 강재에 대한 비파괴검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비한다.
무엇보다 교량관리는 크고 작은 위험이 끊이지 않는 고역의 연속이다. 수면으로부터 30㎙ 높이에 있는 교량 상판의 난간 밖에 나가 허공에 매달려 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각을 점검하기 위해 특수차량에 장착된 사다리를 타고 교량 밑까지 수십㎙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 중 다리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주탑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이 압권이다. 주탑은 높이가 최대 90㎙에 달하는데다 바람이 거세 사람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탑 주변의 점검로를 따라 수십㎙를 왔다 갔다 하며 이상여부를 직접 체크해야 한다.
이 소장은 “교량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이자 크고 작은 이상징후를 진단하는 종합병원 같은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작업 도중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직원들 대부분은 타박상을 달고 산다. 강재와 콘크리트로 돼 있는 구조물에 살짝만 부딪쳐도 멍이 들기 일쑤다. 태풍, 폭우,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가 예상될 때는 며칠씩 밤샘근무를 해야 한다.
3년 전 파견 나온 이래 줄곧 현장을 지켜온 나성옥(34) 과장은 “작업할 때 현장을 찾아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아 힘을 얻는다”며 시민의 관심과 배려에 고마워했다.
사천=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