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이달 6일 미국인 인질 루크 소머스를 사살 하기 전에 미국에 수감 중인 거물급 인사와 교환하자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AQAP가 24일 출간한 영문 홍보잡지 ‘인스파이어’ 13호에 따르면 이들이 소머스와 교환을 요구했던 인물은 유명 테러리스트인 셰이크 오마르 압델라흐만(76)과 아피아 시디퀴(42) 2명이다.
이 중 압델라흐만은 이집트인으로 1980년대 이집트 테러단체 알가마 알이슬라미야를 이끌었고, 이는 훗날 알카에다 사상의 근간이 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993년 2월 일어난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하던 중 범인들이 모두 압델라흐만의 추종자임이 드러나 그 해 6월 뉴욕에 살던 그를 체포했다. 1996년 테러모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 압델라흐만은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연방의료시설에 수감돼 있다. 압델라흐만이 수감된 이후 다수 테러단체가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서방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수감자인 시디퀴는 매사추세스공과대(MIT)를 졸업한 파키스탄 출신 신경과학 박사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자 2003년 초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알카에다에 가입했고, 연락 및 재정업무를 맡아 은밀이 활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경찰은 2008년 7월 가즈니 주에서 그를 체포하면서 폭탄제조법이 담긴 서류를 압수하기도 했다. 체포 이튿날 그는 FBI 심문 도중 총을 빼앗아 미군 1명을 쐈다. 2010년 그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86년형을 선고 받았다.
AQAP는 인스파이어에서 “우리 형제와 자매를 불법적이고 야만스러운 협박에서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아닌가”라며 “사흘간 말미를 줬지만 오바마는 그른 선택으로 인질들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AQAP는 6일 새벽 미군의 인질구출작전이 시작되자 이를 알아채고 인질로 붙잡고 있던 소머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질 1명을 사살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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