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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방학에 꾸는 꿈

입력
2014.12.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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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에 이웃집 아이를 마주쳤다. 아이는 한 손으로 신발주머니를 돌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 있나 보네?” “저 오늘 방학해요.” 아이가 활짝 웃으며 신발주머니를 공중에 휙 던진 뒤 잽싸게 그것을 받았다. “그래서 그렇게 신났구나! 나도 방학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가 보게끔 입을 비죽 내밀었더니 아이의 입도 덩달아 나왔다. “그럼 뭐해요. 학교만 방학하는 거예요. 내년에 고학년이 된다고 학원을 세 개나 다녀야 해요. 그래도 아침에 잠을 그나마 많이 잘 수 있어서 좋긴 해요.” ‘그나마’라는 말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다. “네가 벌써 내년에 5학년이야?”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5학년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뇨, 3학년이요. 3학년부터 고학년이라고 불러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양어깨가 얼얼했다. “그럼 못 노는 거야?”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에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왜 못 놀아요! 학원 숙제 다 하면 놀아야죠!” 그 말이 투명하기 이를 데 없어 얼얼하던 양어깨가 축 늘어져 내렸다. “방학 축하해. 그동안 못 잤던 잠 실컷 자. 꿈도 많이 꾸고.” 내 말을 들은 아이가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원을 그렸다. 교문 안으로 총총 사라지는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제 어깨가 지기엔 너무나 큰 가방을 메고도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저 가방 안에 부디 솜사탕 같은 꿈이 가득하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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