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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위안부 나눔 팔찌 차고 클럽 모인 까닭은

입력
2014.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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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모두 '나눔의 집' 기부, 크리스마스 이브 의미 있는 파티

"위안부 문제 되짚어 보는 시간" 참석자들 한결같이 밝은 표정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세워진 소녀상에 빗물이 '눈물'처럼 고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세워진 소녀상에 빗물이 '눈물'처럼 고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Charity Christmas(자선 크리스마스) 파티. 파티 입장료 나눔의 집 기부.’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목 받은 포스터의 내용이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밤새 술로 외로움을 달래거나 ‘나 홀로 집에’ 머물며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는 게 솔로들의 크리스마스 이브 풍경. 이런 그들에게 짝을 찾아주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도 하는 훈훈한 파티가 성탄절 전야를 사랑으로 물들였다.

24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클럽에서 열린 파티는 이화여대 중앙대 한성대 등 서울ㆍ수도권 대학 연합동아리 ‘파티락(Party樂)’과 서울문화예술직업전문학교 파티플래너팀 ‘레드썬(Red Sun)’이 기획했다. 외로운 청춘 남녀 1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반쪽을 만나는 게 행사의 기본 뼈대다.

‘솔로 대첩’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여느 짝짓기 프로그램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날 행사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파티 입장료(1인당 1만원)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인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기부금은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관 리모델링과 추모관 건립에 보태질 예정이다. 손주뻘 학생들의 기특한 생각에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업이나 취업준비로 정신이 없을 텐데 관심을 가져줘 할머니들이 힘을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이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주최측은 이틀 전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팔찌 100개를 제공받아 파티 참가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줬다. 그래서 이날 참가자들의 손목에는 보통 클럽 입장권으로 쓰이는 ‘클럽 팔찌’ 대신 ‘위안부 나눔 기부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파티 기획 배경에는 ‘클럽 파티는 흥청망청 술만 마시고 문란하다’는 선입견을 바꿔보자는 주최측의 고민이 있었다. 이종철(26) 레드썬 회장은 “파티를 즐기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응이 좋으면 기부 대상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창근(25) 파티락 회장은 “위안부 문제를 상기하고자 기부 대상을 나눔의 집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좋은 의미와 더불어 파티는 흥겨운 캐럴 속에서 짝을 찾아주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선남선녀들은 입장하면서 ‘미키’ ‘미니’ 등 커플 닉네임과 수행 미션을 부여 받았다. 파티장 어딘가 있는 상대방의 취미를 알아오거나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하기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는 식이었다. 클럽 중앙의 디스크자키(DJ)박스 위로 설치된 ‘사랑의 대형 카톡창’에 ‘검은색 코트 입으신 분, 잘생겼어요. 밖이 너무 추운데 따뜻한 포옹이 필요해요’라는 메시지가 올라오자 남성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재능기부로 참가한 파티전문 진행자 김경은(20ㆍ여)씨와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에 참가했던 가수 J-MAN, 김Owen도 흥을 돋웠다.

유쾌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직장인 최모(26ㆍ여)씨는 “평소 꼭 갖고 싶었던 위안부 팔찌를 클럽에서 얻게 될 줄 몰랐다”며 “인연이 된다면 좋은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대생 박모(23)씨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난생 처음 클럽에 왔다. 의미 있는 기부 파티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한 사이트에서 위안부 나눔 팔찌를 판매하는 모습. '희움' 캡처
한 사이트에서 위안부 나눔 팔찌를 판매하는 모습. '희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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