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숙원 이루기 위해 적극 노력" 남북 대화무드 조성엔 일단 긍정적
인권·사이버 공격 등 수세 몰리자 돌파구 마련 위한 속셈 측면도
북한이 24일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까지 전달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은 향후 남북문제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남북관계의 공을 우리 정부로 넘긴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친서 한 장이 곧바로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지만 정부로서는 적극적인 관계 개선의 요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김정은은 이날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를 통해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앞으로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께서는 생전에 여사께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족과 통일을 위한 길에 모든 것을 바쳐온 데 대해 자주 회고하셨다”며 민족 통일 노력을 언급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우리 측에 지도자의 서면 친서를 전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한의 의도가 주목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친서 전달이 남북 대화 무드 조성에는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내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해 남북이 선대의 유훈인 6ㆍ15와 10ㆍ4 공동 선언을 성실히 이행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꽉 막힌 남북 간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남북이 환경 민생 문화의 3가지 통로를 열어가자”는 메시지에 화답하기도 했다. 김대중평화센터 대표로 방북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김양건 비서가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며 “김 비서가 금강산 관광, 5ㆍ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이날 오후 지난 11월 불법 입북했던 남측 주민 마모(52)씨를 돌려보내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통일부는 26일 판문점을 통해 마씨 신병을 인수, 입북 경위를 조사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평소에도 북한은 불법 입북자를 돌려 보낸 사례가 있다”며 의미를 평가절하했지만, 북한의 대남 화해 손짓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정은의 친서 전달 등으로 당장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양무진 교수는 “친서가 정부 당국자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들도 친서 전달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다만 북한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유화제스처를 취하고 나온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든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공을 우리 정부에 넘긴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내년 해방 70주년과 6ㆍ15선언 15주년을 기념해 남북관계 개선의 적극적인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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