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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막대한 국방비가 줄줄 새는 현실

입력
2014.1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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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보상금 1인당 월 3만∼6만 원, 소송을 맡은 로펌(법무법인) 수임료 139억 원. 모 지역의 군 공항 소음피해 소송이 남긴 결산서다. 정작 보상금을 받아야 할 피해자인 지역 주민은 말 그대로 수령액이 적정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로펌은 대한민국 영공수호를 위해 기지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 소음 하나로 엄청난 돈을 챙겼다. 법대로 했다 하지만 군 공항이 위치한 기지 한 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소송에서 상상 이상의 국민 혈세를 특정 로펌이 가져간 현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소송의 특성 상 혹시 수임료 외 별도의 성공보수는 없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이처럼 거액의 국방비가 일부 로펌으로 줄줄이 새고 있는 곳이 바로 분단국이자 핵으로 무장한 100만의 적을 앞에 둔 정전체제 하의 우리 사회 모습이다. 국가안보적으로 이렇듯 위중한 상황임에도 일부 로펌이 막대한 국방비를 챙기고, 소속 변호사들의 ‘연봉주머니’도 상당한 수준으로 채워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큰 걱정거리가 우리 앞에 즐비하게 놓여 있다. 유사한 군용기 소음피해 소송 판결이 앞으로도 수원 공군기지를 비롯해 광주ㆍ청주ㆍ서산 공군기지 등을 대상으로 연이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올해 7월까지 국방부와 공군이 패소해 지급한 보상금이 4,300억 원에 이른다 한다. 정말 놀랄 일이다. 이 중 로펌으로 들어간 돈이 얼마가 될지 모르나, 그 동안 지급된 수임료 규모를 두고 볼 때 그 규모가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보상금 대부분은 정작 피해를 받고 있는 당사자 주민에게 돌아가야 맞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국가재정이 어려운 형편인데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일부 로펌 곳간 채우기에 지출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그러니 이런 현상을 정상적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2015년 소음피해 소송에 대비해 보상예산을 1,300억 원 이상이나 책정했다니 그 규모에 또다시 놀랄 따름이다. 가뜩이나 적정 국방비 확보가 어려워 북한 군사력을 억제할 전력 건설과 우리 병사들의 복지에 대한 투자가 아쉬운데 혈세가 새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간 논의된 대안은 고작 소음피해 보상 관련 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거나, 군 공항을 아예 딴 곳으로 이전하자는 안이 대부분이다. 들여다보면 대안 자체가 또 다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관련 법안들이 언제 통과될지도 불분명하거니와 만연된 님비(NIMBY)현상으로 새로운 기지의 부지 찾는 일 또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군사시설에 대한 로펌의 수임료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 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한선을 두는 방안으로 건수 당 수임료를 정하자는 것이다. 군 공항의 경우 국가생존을 담보하는 보루인 만큼 우리 모두 안보에 동참하자는 뜻을 모아 적정 수준의 수임료 상한선을 별도로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여건상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소송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음을 인식하고 계류된 법안들이 조속히 제ㆍ개정될 수 있게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노력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이는 민생만큼이나 중요한 국가안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소송 진행과 판결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실시간으로 관련 내용을 소상히 알 수 있는 ‘국민 게시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소송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이 세세한 소송 절차 및 진행되는 내용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실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임을 모두 유념토록 하자.

고성윤 군사평론가ㆍ전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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