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즌 뛰며 900경기 대기록, 어시스트·스틸 통산 1위도 보유
술·담배 않고 자기 관리에 철저 "신인 자세로 1000경기 채울 것"
1997년 11월11일이었다. 원주 나래(현 원주 동부) 유니폼을 입은 앳된 얼굴의 주희정(37ㆍ서울 SK)이 코트를 밟았다. 상대는 경남 LG(현 창원 LG), 장소는 창원 실내체육관이었다. 부리부리한 눈, 오똑한 코….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고려대를 중퇴한 ‘신인’ 주희정은 이국적인 외모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23분18초를 뛰면서 그가 얻은 기록은 4점 2어시스트 2스틸. ‘철인’이 첫 번째 경기에서 남긴 발자국이었다.
2014년 12월22일 SK-LG 전이 열린 창원실내체육관. 이번에도 LG였고, 이번에도 창원이었다. 주희정이 데뷔전을 치른 같은 장소에서 프로농구 새 역사를 쓰고 있었다. 날짜로는 무려 6,250일 만이었다. 시즌은 어느덧 17시즌이 흘렀다. 18시즌 연속 개근하고 있는 주희정이 그 동안 단 10경기만 결장하며 9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주희정은 경기를 마친 뒤 “이곳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지도 참 오래 전 일인 것 같다”며 깊은 회상에 잠겼다. 24일에도 “데뷔전도 창원이었고, 900경기를 창원에서 채울 줄은 몰랐다”며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농구는 몸싸움이 심하고 부상도 많다. 900경기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느낀다”고 웃었다.
농구계에서는 900경기 출전 기록이야말로 앞으로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부문 2위 추승균(738경기ㆍKCC 코치), 3위 서장훈(688경기)이 모두 은퇴했다. 현역 선수 중 2위에 올라있는 임재현(604경기ㆍ오리온스)도 격차가 상당하다. 주희정 보다 296경기나 적다. 900경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프로에 뛰어들어 20년 가까이 1군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한 기록이다.
주희정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불혹을 눈앞에 둔 지금도 스피드만큼은 자신 있다. 그는 “비시즌 동안 400m 기록을 재면 꼴찌는 아니다. 팀 내 중위권”이라고 했다. 30대 초반까지 400m를 56초에 주파한 주희정은 4초 정도가 느려졌다고 한다. 그래도 한 참 뒤에나 골인하는 후배들이 여럿 있다.
900경기 출전 외에도 주희정이 써 내려가는 기록은 많다. 통산 1위에 올라있는 어시스트(4,995개), 스틸(1,431개)이 대표적이다. 개인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신인상,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플레이오프 MVP, 식스맨상 등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대부분 거머쥐었다.
남은 목표는 1,000경기 출전이다. 주희정은 “주전으로 뛸 때는 경기 후 숙소로 와 사우나를 하며 몸을 풀었다. 지금은 백업이라 출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경기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 한다”며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님 권한이지만 숫자 1,000은 꼭 찍고 싶다. 신인 때의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SK는 25일 오후 4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과의 홈 경기 하프타임에 주희정을 위한 시상식을 한다. SK는 시상식에서 축하 영상을 상영하고 주희정에게 900경기 출전 특별 유니폼과 상금을 줄 예정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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