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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배구조 맥 빠진 개선… 재계 반발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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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지배구조 맥 빠진 개선… 재계 반발에 밀렸다

입력
2014.12.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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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제2금융 등 제외 은행권만 임추위 설치 의무화

은행 사외이사 임기 단축도 안 해

금융위원회가 모든 금융업종에 사외이사 다수가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설치를 의무화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임추위 설치 대상을 은행권으로 제한했다. 대기업 계열 제2금융권에 비전문가의 임원 임명 등 모기업의 인사 전횡을 막는 감시장치를 마련하겠다던 당초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기능 강화를 위해 은행권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려던 방침도 백지화됐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24일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20일 입법예고한 모범규준 원안에서 자산 2조원 이상 모든 금융업종에 적용됐던 임추위 구성 의무는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으로 한정됐다. 임추위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 추천권을 가진 사내 기구로,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의 임추위 설치는 상황을 봐가며 중장기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계의 또 다른 불만 사항이었던 ‘이사회의 CEO 승계업무 상시화’ 조항은 원안대로 유지됐다.

임추위 관련 조항 변경을 두고 금융권에선 “인사권 침해”라는 재계의 강력한 반발에 당국이 물러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CEO 자격 관련 조항이 원안의 ‘금융회사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에서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으로 두루뭉술해진 것을 두고도 같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모범규준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고위당국자들이 “금융사들이 모범규준을 준수하되, 지키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등 애초 원안 관철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재계의 반발에 밀려 금융권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이란 원칙을 훼손했다”며 “다만 이사회에 CEO 승계 업무를 부여한 것은 평가할만한 일로, 해당 업무를 전담할 이사회 내부 상설위원회 설치를 당국이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사외이사 임기가 결국 현행 2년으로 유지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당국은 당초 KB사태에서 드러난 사외이사 제도의 난맥상을 지적하면서, 임기를 줄여 구성원의 잦은 교체를 유도하면 경영진 견제 강화, 이사진의 자기권력화 방지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임기가 길어야 독립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을 바꾸면서 “원칙도 소신도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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