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귀열 영어] Euphemism vs. Dysphemism (표현의 차이-호의와 악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귀열 영어] Euphemism vs. Dysphemism (표현의 차이-호의와 악성)

입력
2014.12.24 16:37
0 0

매주 목요일: Word Play (재미있는 말)

유럽을 여행하다가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물을 때 난감한 적 있을 것이다. ‘Excuse me, where can I wash my hands?’나 ‘Where can I powder my nose?’라고 묻는다면 실제로 손을 씻거나 화장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이 화장실을 완곡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화법이라고 배웠겠지만, 그보다 ‘Where can I find a toilet?’이라고 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화장실은 초기에 toilet room으로 불리다가 미국에서는 bathroom, 영국에서는 water closet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다시 restroom과 W.C.로 불리게 됐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붙어 있는 미국에서나 bathroom이라고 할 뿐 다른 문화권에서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다. 이렇듯 ‘뒷간’을 ‘화장실’로 부르는 현대 언어에서 완곡어법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표현은 어떨까. 파티나 연회에서 ‘Excuse me for a moment.’라고 말한다면 잠깐 실례하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뜻으로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 술 한잔 걸친 사람이 ‘I’m off for a piss’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오줌이나 싸고 와야겠다’는 말로서 점잖지 못하고 매너 없는 화법인데도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를 두고 ‘악의적 표현’(dysphemism)이라고 부른다. Salad를 좋아하는 여성을 향해 ‘먹을 게 많은데 왜 하필 토끼처럼 풀을 먹느냐’(rabbit food)고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악성 어법(dysphemism)의 일종이다.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거기엔 문화와 사회 통념이 얽히고설킨다. ‘장애인’에 대한 바람직한 표현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처음에는 crippled(불구)로 부르다가 조금 지나선 handicapped(장애)라 칭했는데 지금은 disabled(신체장애)라고 해야 지적 받지 않는다. Handicapped가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불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여 ‘신체만 장애’라는 뜻의 disabled로 고친 것이다.

‘팁’을 가리키는 말도 tip이냐 gratuity냐는 논란이 있었다. Gratuity는 16세기경 graciousness에서 출발한 말로서 ‘고마워서’ 건네는 선물이나 돈을 의미한다. Tip은 17, 18세기에 쓰이기 시작한 말로서 글자 그대로 ‘tip=give, hand, pass’를 말한다. 그냥 주어야 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면 tip이지만 진정 고마워서 주는 경우엔 gratuity가 더 좋은 어감인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