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가 우울하다. 올해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우리 경제지표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확인된 데다 내년마저 더욱 비관적이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이후 우리 경제가 금리 물가 성장 투자 4대 경제지표가 동시에 하락하는 4저(低)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기술추격과 일본의 엔저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는데다, 나 홀로 성장을 추구하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어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로 지난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심리가 위축된 올해 5월(105)보다도 더 낮고, 지난해 9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이고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심리위축의 요인은 엔저 현상, 국제유가 하락, 러시아발 금융불안 등 대외 여건과 가계부채 급증, 내수 부진 등 다양하다. 게다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 정책이 각종 악재에 눌려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경제환경이 어렵다 보니 창업은 줄어들고 폐업은 늘어난다. 통계청의 ‘2013년 기준 기업생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기업 수는 74만9,000개로, 전년보다 2.7%(2만1,000개) 감소했다. 반면 2012년 기준 소멸기업 수는 74만1,000개로, 전년보다 7.2%(5만8,000개) 증가했다. 특히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육성하겠다던 서비스업 부문의 매출액 증가 폭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통계청의 ‘2013년 기준 서비스업부문 조사’에 따르면 도ㆍ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보건ㆍ사회복지업 등 서비스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40조원으로 전년보다 0.8%(12조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8∼2013년 연평균 증가 폭인 6.5%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각종 지표들이 확연히 내리막 길로 돌아서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 두둑한 보너스 같은 것은 이제 추억거리가 됐다. 한때 우리 경제의 대명사였던 고속성장이라는 단어는 이제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그나마 희망을 가질 만한 것도 있다. 부동산관련 법안도 상당 수준에서 정치권 합의가 이루어져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논쟁과 협상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노사정 합의도 일단 시동을 걸기 시작했고,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도 타협의 가능성이 생겨났다. 어차피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통화정책 등 단기적인 처방과 산업구조개편과 같은 장기적 처방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선거가 없는 내년에는 연금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을 통해 저성장 국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리에게 골든타임이 남아있는데도 정쟁으로 날려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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