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록에도 한국영화 점유율 50% 이하로
적자 안 난 작품은 5년 사이 최저
세계 영화제 초청도 거의 못 받아
대박 난 명량은 과대평가 논란도
2014년 영화계는 흥행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명량’이 1,761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부터 미국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명량’ 그리고 현재 상영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까지 한 해에 1,000만 영화가 네 편이나 등장한 건 처음이다. 다양성 영화 중엔 ‘비긴 어게인’이 343만명을 모아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3일까지 262만명)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부문 기록을 다시 세울 전망이다.
흥행 기록만 놓고 보면 국내 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영화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건 2010년 이후 4년 만에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23일까지 48.9%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59.7%보다 10.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흥행작 몇 편을 빼면 흉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계 자금 순환의 중추 역할을 하는 허리가 특히 부실했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를 50억~60억원으로 볼 때 손익분기점은 200만명 안팎이다. 대작의 기준이 150억원이라면 600만명은 넘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200만~600만명 사이가 한국영화의 허리라고 볼 때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해당 구간의 흥행 기록을 낸 영화는 9편이다. 지난해 13편, 2012년 12편, 2011년 12편, 2010년은 10편이었으니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적다.
관객이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수상한 그녀’ 등 흥행작에만 몰렸을 뿐 평소엔 예전보다 한국영화를 즐겨 찾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4월과 ‘인터스텔라’가 돌풍을 일으켰던 11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21% 선까지 떨어졌다.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영화제의 관심도 높지 않았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ㆍ베를린ㆍ베니스 경쟁부문엔 한 작품도 초청 받지 못했다.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공주’를 제외하면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한국 영화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 평론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장률 감독의 ‘경주’에 대한 해외 예술영화계의 반응도 미지근했다.
올해 가장 과대평가를 받은 영화로는 ‘명량’이 자주 거론된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이순신 열풍을 이끌었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졸작’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고 영화전문지 씨네21의 연말 결산에서도 과대평가 영화 중 하나로 꼽혔다.
배우 중에선 ‘명량’의 최민식과 조연배우 이경영, 오달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명량’과 ‘루시’에 출연해 관객 1,958만명을 모은 최민식은 대종상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이경영은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 신의 손’ ‘제보자’ 등에 출연해 1,920만명(특별출연작 ‘패션왕’은 제외)의 관객과 만났다. 오달수가 출연한 ‘해적’ ‘변호인’ ‘슬로우 비디오’ ‘국제시장’ 네 편이 1월 1일부터 12월 23일까지 1년간 모은 관객은 1,749만명이다. 신인 배우 중에선 ‘한공주’의 천우희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가장 도드라진 관심을 받았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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